[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경제 불확실성이 민간소비와 투자를 제약하고 있어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상필 한은 계량모형부장은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은과 한국금융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정책심포지엄에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황 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된 원인 중 하나로 경제 불확실성이 지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민간소비와 투자가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심리 위축, 금융비용 상승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예비적 저축의 유인이 확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한 국가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수입 수요가 감소하고 이는 다시 직·간접적 무역경로를 통해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우리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국 충격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황 부장은 경제 불확실성이 통화정책의 효과도 제약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경제행위를 위축시키는 등 '신중효과'가 발생해 금리 인하 교과가 제약된다는 것이다.
황 부장은 불확실성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 간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확실성 충격을 완화하려면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정책당국 간 공조를 통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의 거시건전성을 제고하고 경체체질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석은 한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은은 이주열 한은 총재 취임 이후 금리를 다섯차례 인하했지만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이날 축사에 나선 장병화 한은 부총재도 "지금 우리는 근본적 불확실성에 둘러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통화·재정정책이나 거시건전성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 부총재는 또 한은이 지난 13일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일부에서 한은의 경제전망이 낙관적이라고 비판했고, 더 나아가 우리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며 "이에 따라 대내외 경제 환경변화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데 학계와 정책당국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정수지 현황을 보면 경쟁국과 비교해 아직 재정지출을 증가할 여력이 남아있다"며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려면 단기간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집중된 정책을 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최근 세계적으로 이자율이 영(0)의 하한에 가까워졌다"며 "이자율을 낮춰 물가 상승률을 높이더라도 반드시 실물경제나 고용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 언급된 법인세 인상 논란을 두고 "법인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세수를 확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세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기업의 국내투자를 축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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