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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즈푸바오'와의 강렬했던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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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즈푸바오'와의 강렬했던 첫인상 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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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온 지 열흘째인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지하철을 타려고 4위안(약 670원)짜리 표를 사는데 한 젊은 여성이 당당히 다가와 표를 대신 끊어달라는 게 아닌가. 급히 나오느라 지갑을 집에 두고 왔단다. 아직 낯선 중국의 전형적인 구걸 수법인가 싶어 망설이기도 잠시. 그녀는 잽싸게 기자의 스마트폰 QR코드를 읽어가더니 5초 만에 뚝딱 돈을 이체했다.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중국의 경제만큼이나 초고속으로 성장한 모바일 결제 문화는 '편리'를 최고의 가치로 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실제로 즈푸바오나 웨이신즈푸(微信支付·위챗페이) 어플리케이션이 깔린 스마트폰 하나면 중국에서는 현금도, 신용·체크카드도 휴대할 필요가 없다. 일반 결제 기능은 물론 전기·수도·전화 요금 납부와 항공·기차·호텔 예약에 심지어 보험·주식·펀드 등 재테크까지 클릭 두세 번이면 '끝'이다. 복권도 사고 기부도 하며 더치페이 기능도 있다.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다.


모바일 결제의 또 다른 강점은 범용성이다. 별다른 제약 없이 다양한 영역과의 융합이 가능해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에서 가장 큰 제3자 지불 플랫폼인 즈푸바오는 알리바바그룹의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淘寶) 단순 결제용으로 출발했지만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모바일 분야로 빠르게 전환해 순식간에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해 기준 즈푸바오의 모바일 결제시장 점유율은 47.5%에 달했다. 웨이신즈푸가 20%로 양강 구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O2O 형식의 차량 공유나 주차, 대리운전 앱 등은 대표적 응용 사례다. 우요우팅처(無憂停車)나 상하이팅처(上海停車) 앱은 현 위치에서 이용 가능한 가장 가까운 유·무료 주차장을 검색해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물론 구체적인 요금이나 번잡 여부 등을 표기해 사용자 편리성을 높였다. 미국 최대 차량 공유 기업 우버를 가볍게 누르고 중국 사업부 지분마저 사들인 로컬 회사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자국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등에 업고 시장을 완전 독식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문화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부작용을 무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가 있다.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때 우선 성장 궤도에 올린 뒤 서서히 규범을 바로 잡고 규제를 강화하는 게 중국만의 독특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는 "일단 써놓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면 된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문장론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7월 뒤늦게 시행한 핀테크 실명제는 이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사례다.


중국이 특정 산업에 대한 내부 단속을 시작하는 시점은 한편으로는 해외로 영역을 넓히는 시기로 봐야 한다. 올 들어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몰리는 한국·일본·유럽·미국 등에서 즈푸바오나 웨이신즈푸 결제가 가능한 상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데 주목할 때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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