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2야(野)의 호남혈투가 다시 시작될 분위기다. 4·13 총선 때가 1라운드였다면, 대선 전 지금은 2라운드다. 다만 호남 앞에 놓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상황이 미묘하게 다르다. 향후 복잡한 전개가 예상되는 이유다.
더민주는 10일 당내 '호남특별위원회(가칭)'을 설치했다. 위원장은 추미애 더민주 대표가 직접 맡기로 했다. 호남특위 설치는 8·27 전당대회 당시 추 대표가 내건 공약이다. 당시 그는 특위 설치를 통해 "예산과 인사를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한 달에 한 번 호남 방문도 약속했다. 특위 위원 구성은 이번 주 내에 완료될 전망이다. 일단 김현미 예산결산위원장과 김태년 예결위 간사를 투입키로 했다. 이르면 다음 주 호남 방문도 검토 중에 있다.
더민주의 호남특위 구성은 본격적인 호남 민심 복원에 나서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내년 대선 국면이 조기에 점화되면서 복원의 필요성은 더욱 시급해졌다. 더민주는 지난 총선에서 호남에서 3석을 간신히 건진 바 있다. 국민의당은 23석을 얻었다. 총선 이후 반년가량 흐른 지금까지도 더민주 지도부 누구도 자신 있게 "호남 민심이 회복됐다"고 말하지 못한다.
조심스럽지만 더민주에 대한 호남 여론이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흐름이란 해석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0일 발표한 '10월 1주차 주간집계(4~7일·2032명·응답률 10.5%·표본오차 95%·신뢰수준 ±2.2%포인트)'에 따르면 더민주(35.3%)는 광주·전라에서 국민의당(27.2%)을 6주 연속 앞섰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도 광주·전라에서 24.5%를 기록,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13.6%)를 제치고 선두를 유지했다.
국민의당은 이 같은 더민주의 행보를 견제,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때문에 일단 호남 민심 지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일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황주홍·박준영·김종회·손금주 의원 등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전남 장훙군 얀양면에 위치한 정남진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추수현장을 방문해 현장 농민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여론의 부담을 지고 대북 쌀지원을 주장하는 것도 농업 의존도가 높은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민의당 내에선 지역균형을 갖춰야 한단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호남에 함몰, 결국 '호남당'이 된단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호남으로만 전력을 다하긴 애매한 상황인 셈이다.
이를 의식하듯, 박 위원장은 11일 오후 태풍 차바 피해지역인 울산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취재진이 "세가 약한 영남지역에 공을 들이는 것인가"라고 묻자, "당연히 공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인권 유린 의혹이 제기된 대구시립희망원 문제에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달엔 당내 대구희망원 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지역으로 따지면 대구·경북(TK)의 현안이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