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업 투자, 2013년 51개 기업 6,008억→2015년 77개 기업 9,315억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거나 보급한 기업에 3조1142억을 투자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낳은 기업인 영국의 옥시레빗뱅키져 주식을 1,450억원(평가금액 기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를 가장 처음 만들어서 보급한 SK케미칼의 주식은 13.1%인 2,305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마트, GS리테일, 롯데쇼핑 등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총 3조 1,14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총 4천 4백여명에 이르고, 사망자가 900명이 넘는 상황에서 국민이 낸 연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오히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 기업에 투자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남 의원은 국민연금이 일본의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도 해마다 늘려 지난해에는 77개 기업에 9,315억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남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전범기업 투자는 계속 증가해 2013년 말 51개 기업 6,008억원에 달하던 평가금액은 2014년 말 74개 기업 7,646억원으로 확대됐다. 또 2015년에는 77개 기업 9,315억으로 증가해 지난 2년 사이 투자 대상 전범기업의 수는 1.4배가 증가하고, 평가금액은 1.6배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공단은 전범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투자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등을 고려하여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전범기업에 투자한 평가손익을 살펴보면, 도요타의 경우 평가 손익이 -279.1%, 건설중장비 업체인 고마쓰 제작소의 평가손익은 -127%, 니폰제강&스미토모금속의 평가 손익은 -72.1%, 구보타는 -65%, 파나소닉 -60.5% 등 전범기업의 평가 손익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익이 마이너스인 경우는 40개 기업으로 투자한 전범기업 중 절반(55.5%) 이상이다.
남 의원은 "평가 손익이 클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기업에 국민연금이 투자를 해온 것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며 "지난해 1월 국민연금법에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근거 조항이 마련됐고, 국민연금이 올해 4월 '기금운용 지침'에 세부 지침을 마련했지만 아직 사회책임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기반 하여 보다 엄격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과 같이 사회적 위해를 끼친 기업과 전범 기업에는 투자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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