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다음 차례는 AI야" 인공지능 공들이는 IT 공룡들(종합)

구글 AI 스피커 '구글홈'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모바일 퍼스트 다음은 인공지능(AI) 퍼스트다."-순다 피차이 구글 CEO.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모바일 시대 이후를 준비할 무기로 인공지능을 꺼내들었다.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에서의 음성비서 기능 강화를 앞세우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애플 시리 개발자들이 모인 미국 스타트업 비브 랩스를 인수, 본격적인 인공지능 기술 강화를 선언했다.

6일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 밸리 소재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 랩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비브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각자의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폰 플러스' 전략의 일환으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첨단 기기들의 플랫폼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확장할 계획이어서 이번 비브 인수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브 인수를 통해 향후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구축할 핵심 역량을 내부 자원으로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Open Ecosystem) 조성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비브는 한층 진화된 개방형 서비스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자연어 인식과 머신 러닝 기능, 전략적 파트너십을 보유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모두 염두에 두고 개발된 비브의 플랫폼은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를 통합하는 생태계 조성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개개인의 일상 생활에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는 대화형, 사용자 맞춤형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개발된 비브의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서비스 제공자들도 자신의 서비스를 비브의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연결된 서비스를 사용하면 할수록 플랫폼은 스스로 진화해, 사용자에게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앞서 4일(현지시간)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 '인공지능 퍼스트'를 강조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팅의 주류는 10년을 주기로 PC, 웹, 스마트폰으로 변했다"며 "우리는 모바일 퍼스트에서 인공지능 퍼스트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구글이 발표한 새로운 스마트폰 '픽셀' '픽셀XL'과 가상현실(VR) 기기 '데이드림뷰',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 등도 구글이 말하는 인공지능 퍼스트로 가기 위한 도구의 하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구글이 발표한 스마트폰과 스피커의 강점은 애플의 '시리'와 같은 구글의 음성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다.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은 사람의 음성명령을 인식해 통신이 가능한 조명, 온도조절기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하고 노래를 실행시키기도 한다.

애플 역시 인공지능 기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달 무료 배포를 시작한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OS) iOS 10의 핵심은 음성비서 시리의 강화다. 홈킷도 업그레이드 됐다. 아이폰·아이패드 내의 '홈' 앱을 새로 만들어 집안의 전등을 켜거나 끌 수 있고 밝기도 조절 가능하다. '굿나잇' 버튼을 터치하면 전등이 꺼지고 블라인드가 내려가며 수면을 위한 온도 조절이 되는 식이다. 홈 앱 역시 시리와 연동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포스트 모바일' 시대에 글로벌 IT 기업들이 하나같이 공을 들이는 분야가 인공지능"이라며 "각사가 그리는 IT 생태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