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이트 찾는 글로벌 쇼퍼
역직구 건수 1년새 578% 늘어…올해 들어 해외직구 역전
해외물류센터 없어 교환반품 부담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전자상거래의 발달로 글로벌 유통산업에서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클릭' 한 번이면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덕분이다. 내수에 의존하던 국내 유통업계 입장에선 상권이 무한 확장되면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분야가 바로 역직구다. 최근 수년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던 해외직구와 마찬가지로 해외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국내 제품을 사들이는 역직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K뷰티가 이끈 역직구 시장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해외직구건수는 전년대비 2%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역직구 건수는 전년대비 578.1%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역직구 판매액은 지난 1분기 처음으로 해외직구 판매액을 넘었섰고, 올해 연간 규모로도 해외직구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류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중국에서 K뷰티와 K패션을 사들이기 위해 국내 쇼핑몰에 접속하는 중국인들 덕분이다. 지난 2분기 국가별 역직구 수출국을 살펴보면, 중국 역직구가 3732억원으로 전체의 75%나 차지했다. 뒤를 이은 미국(7.0%)과 일본(6.4%), 아세안(ASEANㆍ3.9%) 등을 압도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할 때 중국 압도하였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대(對) 중국 역직구 판매액은 103.1% 급증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역지구 시장을 겨냥해 일찍부터 뛰어든 덕분이다. 이베이코리아는 2006년 G마켓에 국내 오픈마켓 최초 영문샵을 오픈, 해외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이어 2013년에는 중문샵을 열고 역직구 사이트 운영에 본격 돌입했다. 현재 G마켓 글로벌샵은 국내 전체 역직구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한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도 영문사이트와 중문사이트를 만들어 유통영토 확장에 나섰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도 중문 공식사이트를 오픈 한국화장품과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강자로 떠오른 중국의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티몰'에는 한국관이 따로 마련돼 LG생활건강과 이마트 등 국내 업체 1000여개가 입점했다. 티몰은 5억명이 넘는 고객을 보유한 중국 최대 쇼핑몰로 지난해 거래액만 206조원에 달한다. 국내 쇼핑몰들은 국내 최대 유통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10월31일까지)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꼽히는 광군절(11월11일)을 기대하고 있다.
◆역직구 벌써 성장세 꺾였나= 역직구가 장밋빛 전망만 보여주진 않는다. 중국에 편중된 온라인 전자상거래는 중국경제에 따라 부침이 심한 탓이다. 실제 지난 2분기 국내 역직구 금액은 497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9%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오던 온라인 역직구 시장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 역직구 규모가 지난 1분기보다 4.3% 하락하면서 전체 역직구 시장을 끌어내렸다. 주력 품목인 화장품이 4% 줄었고, 스포츠ㆍ레저용품(-15%)과 가전ㆍ전자ㆍ통신기기(-4%)도 판매액이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4월부터 50위안(8400원 상당) 이하의 역직구 거래에 대하 면세혜택을 주던 '행우세'를 폐지한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중국 정부는 위생허가 등 통관절차 강화와 수입품목 제한 등도 함께 발표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섰다. 현지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위생허가 등의 통관 절차는 1년간 일시유예 됐지만 변동된 세제개편안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면세혜택을 제공하던 행우세를 폐지하고 소비세와 수입증치세가 포함된 종합세를 적용하면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수입품 판매규모는 약 60%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적인 혜택이 많이 줄어들면서 중국인들의 해외직구가 확실히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정부의 계속된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환율변수는 더욱 커질 수 있는 탓이다. 미국 대선을 앞둔 보호무역 쟁점도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배송경쟁 선점하라 = 전문가들은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 역직구 업체들은 배송문제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국내 역직구 기업들은 해외에 물류센터가 없어 대부분 국내에서 해외로 배송하는 시스템(EMS)를 이용하기 때문에 배송비용이 높고, 배송기간도 길다. 알리바바와 같이 물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도 어렵다. 최근에는 EMS가격이 오름세를 보여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국내 오픈마켓에는 5000만개 상당의 상품이 판매되는데 이를 번역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역직구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반품이나 교환이다. 특히 반품은 해외 현지에서 국내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통관비 등 현지비용에 국내 운송비용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국내 역직구 기업들은 반품 대신 새 상품을 배송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해외 소비자들이 늘면서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부 쇼핑몰은 아예 반품 불가 정책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는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을 외면하게 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이에 코트라가 이달 초 중국 상하이에 반품물류센터를 개설했지만, 현재 10여개의 업체만 참여 중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정부차원의 첫 지원인 만큼 아직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다음달 광군제 등에 대비해 참여업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석 삼정KPMG 수석연구원은 "역직구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해외 소비자가 국내 유통 서비스와 제품에 높은 만족도를 갖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역직구의 경우 배송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교환 및 반품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 발생 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태도가 역직구 규모를 더욱 성장시킨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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