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악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1차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완패한 데 이어 납세기록, 여성비하 언행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선 주도권도 서서히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트럼프가 지난 1995년 9억1572만9293 달러의 손실을 신고한 납세 신고서를 공개했다. NYT는 트럼프가 이 같은 손실 보전을 이유로 이후 18년간 거액의 연방정부 소득세를 면제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갖가지 핑계를 대며 납세 기록 공개를 거부해왔던 트럼프에게 대형 악재가 결국 터진 셈이다.
클린턴은 3일(현지시간) 공개 유세를 통해 이를 집중 공격했다. 클린턴은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는) 미국에서 (돈을) 두 손으로 긁어간 뒤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 청구서를 남기며 부를 쌓았다"면서 "수백만의 미국 가정이 정당한 부담을 지는 동안 그는 미국을 위해 기여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도대체 어떻게 된 천재가 한해 10억달러의 사업 손실을 내느냐"고 비아냥댔다.
이는 트럼프의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전 시장 등이 18년간 세금을 안 냈다는 보도는 "트럼프가 얼마나 천재인가를 보여준다"며 옹호하고 나선 것을 비꼰 것이다.
재는 또 불거졌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가 운영해 온 자선재단이 적절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활동해왔다면서 모금활동 중단명령을 내렸다. 뉴욕 주 검찰은 지난 달 3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위법행위 통지서'를 발송했다.
기에 몰린 트럼프는 납세 문제에 대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그는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서 유세에 나와 "솔직히 말해 아주 훌륭하게 (세금관련) 법들을 이용했을 뿐"이라면서 "합법적으로 세법을 활용해 나와 내 회사, 투자자, 종업원들에게 이익을 줬다"고 강변했다.
그는 오히려 "나야말로 복잡한 세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진정으로 조세제도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찬을 늘어놓았다. 트럼프는 또 최근 클린턴과 남편 빌 클린턴의 외도 문제를 앞세워 반격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선제 공격으로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1차 TV 토론 패배이전까지 팽팽했던 트럼프와 클린턴의 지지율에 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CNN방송이 지난 달 18일부터 지난 2일까지 1213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 조사 결과 클린턴은 47%, 트럼프 42%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직전 조사에선 트럼프가 45%의 지지율로 클린턴의 지지율(42%)보다 앞섰지만 역전이 된 상황이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은 5%P 안팎의 우위를 보이며 트럼프와의 격차를 서서히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이날 미 대선이 5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클린턴이 적지만 의미있는 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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