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권성회 기자] 한국거래소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정찬우 신임 이사장에게 무거운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거래소 노동조합이 이전 이사장 선임 때와 달리 야당, 시민단체와 함께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정 신임 이사장이 힘겹게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거래소 노조는 30일 정 이사장의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에 맞춰 부산 본사과 서울 사옥에서 부분 파업을 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2일 개최한 조합원 총회에서 92.3%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결의했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의 부분파업에도 이번 임시주총에서 새 이사장 선임을 강행한다면 주총장 진입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며“이후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었다.
실제 이날 주총에서도 노조 관계자들은 거래소 임직원들과 대치를 벌였다. 몸싸움 까지 벌어지지 않았지만 양측간의 긴장감이 돌았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정 이사장의 첫번째 과제는 조직 안정에 있다는 관측이다. 정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안팎으로 낙하산 인사, 졸속 공모 절차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거래소 이미지가 실추된 탓이다. 또 정 이사장 선임을 놓고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갈리는 등 조직원간 갈등도 빚었다.
총회후 기자와 만난 이동기 거래소 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원으로서 주주총회와 정 이사장 선임절차를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출근저지 및 취임식 보이콧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도 여전히 정 이사장이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최 전 이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중점 과제였지만, 이제는 정 이사장이 나서야 한다.
지주사 개편은 거래소 기업공개(IPO)의 전제조건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상장을 통해 지분 가치를 높이고, 해외 거래소들과의 지분 교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거래소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 이사장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하지마 현실은 쉽지 않다. 아직 국회 문턱도 못넘고 있다.
수년째 박스피에 갖혀 있는 시장 활성화도 그의 몫이다. 시장마저 박스권에 갇히면서 거래가 줄고, 증시가 활력을 잃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는 “업계의 맏형격인 거래소가 새 이사장을 뽑을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잡음이 나와 업계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며“다만, 정 이사장이 힘있는 인사로 평가받는 만큼 거래소 지주사 전환과 시장 규제 등이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