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성기호 기자] 단식농성 닷새째를 맞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생수와 식염만 섭취하는 것으로 전해진 이 대표는 30일 오전부터 기력이 떨어져 두 차례나 의사의 진료를 받았다. 사실상 탈진 상태로 단식농성장인 국회 본관의 당 대표실 바닥에서 거의 누운 상태로 버티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부터 외부 활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그나마 대표실로 찾아오는 동료 의원들과 간간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그제도 당이 낮아 '쇼크'가 (여러 차례) 왔다"면서 "지속적인 쇼크는 아니지만 (시간이나 횟수가) 점차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도 의사가 국회 대표실을 찾아 진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의료진을 상주시키거나 응급차를 대기시키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염 수석대변인은 또 "이 대표가 '그래요'같은 간단한 표현 외에는 이렇다할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식도 있고 몇 마디 할 때도 있지만 힘들어서 잘 못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외부와의 협상에선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공은 원내로 넘어갔다"면서 간단한 보고만 챙길 뿐 '정치적' 판단을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는 설명이다. 염 수석대변인은 "이미 수차례 (야당과 의장에게) 메시지를 줬지 않느냐"면서 "어느 정도 모양새가 갖춰진 뒤 원내대표가 대표에게 보고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의 몸상태는 악화되고 있지만 여야의 대화 물꼬는 쉽게 트이지 않고 있다.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직접 찾아 중재안을 전달했으나, 여당 측에선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지도부는 유감 표명이 아닌 최소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새누리당 내에선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의원들의 일일 동조 단식도 점차 늘고 있다. 염 수석대변인은 다음달 2일 참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측근들의 박지원 원내대표의 단식 위로방문 의사를 묻는 비서진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단식을 조롱했던 것을 사과한 사실을 전해 들었으나, 완전히 마음을 풀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염 수석대변인은 "그때 굉장히 억울해 하고 안타까워 했다. 개인 인격까지 깎아내리자 굉장히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쉽게 단식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초 요구사항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염 수석대변인은 "굉장히 결심이 강하다. 비몽사몽 간에 오히려 더 강한 소신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의 생각이 소신과 정치적 조율이라면 그것도 우리가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딘식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달리) 소신과 고집이 있는 분"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 단식의 최대 고비를 맞을 것이라 전망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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