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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力은 國力]롯데 30년, 그녀가 걸으면 길이 됐다…'럭셔리 라이프스타일호텔' 새장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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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미 롯데 L7호텔 명동 총지배인
-프런트데스크서 첫 여성총지배인
-자유롭고 감각적인 호텔 변화 이끌어
-"워킹맘은 죄 아니다…포기하지 말라"

[女力은 國力]롯데 30년, 그녀가 걸으면 길이 됐다…'럭셔리 라이프스타일호텔' 새장 열다 배현미 롯데 L7호텔 명동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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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꽃', '호텔리어들의 꿈'. 호텔 총지배인을 지칭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총지배인은 호텔의 야전사령관이다. 호텔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총지배인 책임이다. 여성 종사자가 많아 타직군에 비해 여성에게 관대할 것 같지만, 국내서 여성 총지배인은 9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 중 보수적으로 알려진 롯데에서 여성이 총지배인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런 파격의 중심에 선 이는 L7호텔 배현미 총지배인이다. L7호텔은 올 1월 문을 연 롯데호텔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다. 'L'은 라이프스타일을, '7'는 일곱가지 테마를 의미한다.

◆가는 길마다 '최초'…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운이 좋았죠." 배 총지배인은 롯데호텔에서 사상 첫 여성 총지배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롯데호텔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L7호텔이 공개됐을 때는 때마침 롯데그룹이 '여성리더'를 양성하겠다고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던 터라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예전처럼 외부서 총지배인을 영입하는 대신 롯데 한 길만을 걸어온 30년지기 롯데출신, 배 총지배인을 발탁한 데에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여타 비즈니스호텔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 L7호텔에 그가 제격이었다.


실제 배 총지배인 선임 당시 롯데 측은 "여성중 승진이 가장 빨랐고, 새롭고 젊은 L7 콘셉트에도 맞아 기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1986년 입사해 프런트데스크, 예약부, 객실서비스팀 등을 거친 배 총지배인은 과장 때부터 롯데호텔 내 '여성1호' 간부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후 차장, 부장으로 승진하는 족족 '여성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영광의 무게는 간단치 않았다. 수백명 중 유일한 여성간부를 지내며 주눅 들었던 때도 있었고, 남성중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서글펐던 적도 많았다. 배 총지배인의 악바리 근성이 발휘된 게 이때부터였다.


뒤늦게 숙명여대에 입학해 영문학을 전공,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까지 강의를 듣고 다시 회사로 가서 11시까지 남은 일을 처리했다. 출산 후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에는 롯데호텔 총지배인(GM) 양성 프로그램 1기로 선발돼 미국 코넬대에서 연수했으며, 2014년 롯데호텔 L7호텔 명동 TFT 팀장을 역임하고 1년 뒤인 지난해 8월 L7명동 총지배인 자리에 올랐다.

[女力은 國力]롯데 30년, 그녀가 걸으면 길이 됐다…'럭셔리 라이프스타일호텔' 새장 열다 배현미 롯데 L7호텔 명동 총지배인


◆워킹맘은 죄인이 아니다
1997년 출산 이후 사표를 내지 않자, 일부에서는 '생활이 어렵냐'는 말까지 나왔다. 2개월 출산휴가를 다녀오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2개월간 해야할 휴일근무를 출산 직전까지 앞당겨 했지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회사 이후에는 아이에게 미안해했다. 친정에 갓 돌이 지난 아들을 맡기고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출근시간이 다되도록 친정엄마가 오시질 않았다. 시간이 엇갈렸던 것.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아이를 방에 혼자 남겨두고 나오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준비물을 제때 챙겨주지 못하는 '못난 엄마'였다. 선생님한테 손 편지로 '직장을 다니고 있어 못 챙겼다. 앞으로는 미리 좀 말해달라'고 썼다가 주변에서 '내 아이를 혼내달란 말이냐'라는 얘기를 듣고 후회했다.


"엄마 회사 그만 둘까?"라고 말하는 배 총지배인에게 "아니, 엄마 회사 가는 거 좋아. 맛있는 것 많이 사줘"라며 힘을 줬던 아들은 올해 스무살 청년이 됐다. 힘들었던 고비도 많았지만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할 때마다 '견디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여성 후배들에게 "워킹맘은 죄인이 아니다"라며 용기를 줬다.


배 총지배인은 "내가 그랬듯, 아이에게 죄책감을 갖는 워킹맘이 많은데 지나고 나면 괜찮다"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여성감각,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진수를 보이겠다
롯데호텔의 L7호텔 주변에는 현재 약 60여개 호텔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도 50여개에 달한다. 하루가 다르게 주변에 신생 호텔들이 생기고 있다. 가격출혈경쟁은 심할 수 밖에 없다.


L7호텔이 비즈니스호텔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론칭한 것도 이러한 주변 환경 때문이다. 경쟁호텔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애초부터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트렌디한 호텔로 콘셉트를 잡은 것이다. 젊고 감각적이며 산뜻하고 밝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검정 혹은 회색 등 무채색 계통의 기존 호텔리어들의 유니폼도 '노란색'으로 만들었다. 옥스포드 셔츠, 네오플랜 조끼, 진, 슬립온 등을 착용해 격식있고 경직된 특급호텔의 분위기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려고 시도했다.


특히 L7호텔 명동 21층에 있는 루프탑은 남산과 서울 시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입소문을 탔다.


배 총지배인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각을 내세워 명동의 핫플레이스로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인력거 프로그램, 정샘물과 협업한 뷰티 프로그램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배 총지배인은 "호텔 내 음악 볼륨, 커튼의 높낮이, 시간대에 맞는 조도까지 고려하고 있다"면서 "향후 유행에 민감하고 스타일리시한 콘셉트로 L7호텔 만의 강점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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