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2년새 총 9조원 규모의 기술수출로 신약 역사를 다시 쓰던 한미약품이 역풍을 맞았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던 신약 권리가 반환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또 다시 반환 건이 발생할 경우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행보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날 공시를 통해 베링거인겔하임(BI)이 자사로부터 도입한 내성 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지난해 7월 체결했던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최근 권한을 반환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링거인겔하임 측은 올무티닙의 모든 임상데이터에 대한 재평가, 폐암 혁신치료제의 최근 동향, 폐암치료제에 대한 자사의 비전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내성 표적 폐암 신약 '올무티닙'을 기술수출했다. 당시 한미약품이 발표한 총 계약규모만 8500억원대에 달했다. 이후 베링거인겔하임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올무티닙 판권을 보유하고, 지난 6월에는 글로벌 허가를 목표로 임상시험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및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6500만달러(한화 약 718억원)은 반환하지 않는다.
앞서 한미약품은 전일 자체 임상 1상 개발 중인 'RAF' 표적 항암신약 'HM95573'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 규모는 9억1000만 달러(약 1조원)다. 한미약품은 제넨텍으로부터 기술수출에 따른 계약금 8000만 달러(약 880억원)를 받는다. 이후 임상과 허가, 상업화에 따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8억3000만 달러(약 9120억원)를 순차적으로 받는다.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되면 판매에 따른 두 자리수 로열티도 받는다. 해당 계약의 전체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제넨텍과의 계약은 국내 제약역사상 3위 규모의 신약 수출 계약인 동시에 먹는 합성 신약으로는 최대 기록이다.
일각에서는 연이어 '잭팟'을 터뜨리던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행보가 이번 사태로 발목을 잡히면서 업계 전체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임상 1상 완료만으로는 신약 개발 성공이 불확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성공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연일 높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신약 개발에는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으로 또 한 번 글로벌 신약개발의 파고가 높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 호재와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미약품의 주가 흐름도 급등세와 급락세를 오가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장 초반 5%대 급등세를 보였으나 베링거인겔하임의 권리 반환 결정으로 급락세로 전환했다. 이날 오전 10시33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날보다 8.71% 급락한 56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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