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타이완에 투자하세요."
22일 늦은 오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만증시 및 투자전략 설명회'에서 황나이콴(黃乃寬) 대만거래소 부사장이 연기금,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연습해 한 말이다.
황 부사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한국투자자들이 대만 대표지수인 가권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대만 기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대만 투자를 적극 권했다.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대만거래소와 양 시장 대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교차 상장할 예정이다. 대만 증시에서는 코스피200지수를 기초로 한 ETF가 거래되고,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대만 가권지수를 기초로 한 'TIGER대만TAIEX파생(H) ETF'를 내놓는다. 상품가격도 1주당 1만원 수준이어서 개인 투자자들의 대만 주식 접근이 쉬워진다.
대만 주식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높은 배당 성향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이은태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대만은 60%가 넘는 배당성향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한국(18.5%) 보다 3배 가량 높은 대만 기업의 배당 수준을 투자매력으로 꼽았다. 앨버트 추 대만거래소 부이사장 역시 "높은 배당률은 대만증시의 매력"이라며 "이러한 매력 때문에 최근 해외 기관투자자의 대만 시장 참여가 30%(일 평균 거래대금 기준)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이 경제 규모 대비 주식시장이 크게 발달해 있다는 점, 한국ㆍ대만이 경제 흐름이나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도 대만 투자 매력을 높이는 부분으로 꼽힌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만 증시의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중은 187%로 홍콩, 스위스 다음으로 세계 3위"라며 "경제 규모 대비 주식시장이 크게 발달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민 연구원은 이어 "대만 가권 지수는 MSCI 전세계 지수 구성 47개국 중 코스피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증시(2010년 이후 주간 상관계수 0.75)"라며 "표면적인 원인은 한국과 대만 모두 IT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고, 보다 근본적인 것은 주가는 결국 경기를 반영하는데 한국과 대만은 경제 흐름이나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스마트폰 보편화로 IT 업종 흐름이 좋다는 점은 대만 증시 투자의 적기라는 평가를 이끌어낸다. 대만 가권 지수는 5월 저점 대비 10.5% 상승했는데, 이는 글로벌 지수 대비 양호한 성적이다. 같은 기간 MSCI 전세계 지수는 4.5% 상승했다. 대만 시장을 섹터 별로 나눠보면 IT섹터가 18% 상승해 증시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서기훈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운용팀장은 "대만은 IT 강국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약진은 부품을 납품하는 대만 업체들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환헤지형 ETF를 통해 대만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대만 ETF 상장 이후 다양한 글로벌 증시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대표지수, 테마지수, 인기 섹터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상장시킬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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