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운영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가 다수결의 논리에 의해 사실상 여당 위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다.
김 부위원장은 20일 본인이 직접 쓴 '제2차 방통위 정책보고서' 발간을 기념해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신과 철학에 따라 아무리 주장해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며 3년 차를 맞이한 방통위 상임위원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대통령이 상임위원 5명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임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각각 추천한다. 김 부원장은 이를 사실상 3대2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소수파의 의견이 정책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그동안 주로 비판적, 보완적 입장에 있었고 어떤 경우는 (여당 측과) 아주 대립적인 관계도 있었다. 전체 회의에서 퇴장도 했고 회의 불참도 했다"라며 "그런 식으로 방통위원 어느 하나라도 거부권 표시로 퇴장한다면 그런 의결은 보류되고 미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이 있을 때는) 토론을 연장하고, 좀 더 숙려시간을 갖고 의견수립을 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라며 "그랬을때도 안 되면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 또 다수결이라도 소수자들의 거부권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방통위가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선거방송과 관련한 심의 제재 감점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방송평가규칙을 개정할 당시 김 부위원장은 "언론의 자유를 축소하는 일"이라며 의결을 보이콧하고 퇴장한 바 있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방통위 사무처가 방송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다수결을 통해 의결안건에 상정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이 퇴장한 뒤 전체회의는 그대로 진행됐고, 결국 개정안은 찬반 3대 1 다수결로 의결됐다.
김 부원장은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총 4번 보이콧하며 퇴장했으나, 그대로 회의가 진행됐다"며 "이 같은 과정에서 통과된 내용을 방통위는 성과라며 홍보하고 나서면, 반대한 나는 뭐가 되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부위원장은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립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국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도입도 찬성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매출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 방송콘텐츠 품질 향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 책무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갖추고 나서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방송의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 국회와 논의를 거쳐 방송사가 운영하고 있는 편성위원을 법정화하고, 방송국 자체적으로 부서별 공정성 모니터링 소위원회를 운영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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