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이 '바람몰이' 할 경우 계파갈등 재연, 중도 확장성 잃어
수도권 의원들, 젊은 후보 선호…고건 등 실패 사례도 부담
TK의원들, '충청+TK 연대'를 들러리 전락으로 간주
같은 충청출신 이인제 의원은 반면교사,
20%대 지지율로 '제3지대' 머무르다 결국 낙선
반 총장, 서둘러 귀국해 여당 경선 참여하려는 이유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내년 1월 중순 귀국을 천명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바라보는 여권의 속내가 복잡하다. '충청 대망론'을 띄우기에는 아직 바람이 약하고, 그렇다고 친박(친박근혜)이 나서 '바람몰이'를 하기에는 계파 갈등 재연이 두려운 상황이다.
앞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온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사실상 '옹립'된다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길도 막히게 된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반 총장은 정책ㆍ조직ㆍ인맥 등 정치의 삼박자도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다. 같은 충청 출신의 홍문표 의원이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반 총장의) 게임은 쉬운 게임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이유다.
20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반 총장의 여당 대선후보 경선 승리 가능성은 적어도 5부 능선을 넘었다. 추석연휴 직후 한 일간지가 내놓은 여론조사에선 25.9%의 지지율로 1년 이상 선두를 지켰다. 전당대회의 당락은 새누리당의 지난 8ㆍ9전대에서 확인됐듯이 '박심'(朴心)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지켜본 친박들이 교통정리에 나설 전망이다.
반 총장도 이 대목이 가장 신경쓰일 것으로 관측된다. 유력 대권주자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는 2005년 30%대의 지지율을 넘나들며 '고건 신드롬'을 썼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한 마디에 지지율이 급락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고건 총리 기용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고 규정했고, 고 전 총리는 이듬해 출마를 포기했다.
여권은 심란하다. 당장 활화산처럼 폭발하진 않겠지만 벌써부터 반 총장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내 갈등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당초 친박ㆍ비박을 가리지 않고 반 총장에 대한 여당 내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친박의 반 총장에 대한 쏠림 현상이 현실화되자 반발심리가 일고 있다.
여기에 친박 내 수도권 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젊고 역동적인 후보를 원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구ㆍ경북(TK) 출신 의원들도 TK출신 유력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충청+TK' 연대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역대 대통령을 배출해온 TK지역이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권 주류가 반 총장을 온전히 지지할지는 불투명하다. 옛 신한국당 비주류였던 박찬종 후보는 20% 안팎의 지지율로 여권 선두를 유지했지만, 주류의 지원을 받지 못해 2006년 7월 낙마했다.
반 총장의 확장성은 여권 내에서도 논란거리다. 앞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표의 40% 이상을 획득했으나 중도층 표를 어느 정도 끌고 올 수 있느냐가 여전히 관건이다.
반 총장의 입지를 놓고 비교했을 때 가장 비슷한 궤적을 그린 후보는 같은 충청 출신의 이인제 후보다. 충청ㆍ영남ㆍ수도권 등 지역적 지지기반은 물론 중도ㆍ보수란 이념적 기반도 닮았다. 지지율도 대선 4개월 전인 1997년 8월까지 23.5%를 찍었다. 하지만 독자신당을 추진하며 제3지대에 머물다 본선 득표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중진 의원은 "반 총장은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조기 귀국하려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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