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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아닌 벤처기업으로 망가진 창업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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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벤처 아닌 벤처 기업들이 대거 양산되면서 벤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를 받지 않더라도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보증 및 대출평가를 받은 기업들이 벤처기업으로 분류되면서 벤처로 분류하기 어려운 부실 기업들이 벤처기업 타이틀을 얻고 있는 것이다.


18일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벤처확인기업 수 및 자본규모별 벤처기업 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체 벤처기업 3만1260개 가운데 자본잠식상태에 놓인 벤처기업이 6796개(21.7%)로 나타났다. 벤처기업 5곳 가운데 1곳 이상이 자본잠식 상태인 셈이다. 자본금이 5억원 미만인 벤처기업도 2만5471개로 전체 벤처 기업 가운데 8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러난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 벤처 산업은 풍전등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심각한 지표 이면에는 현재 벤처확인제도가 허술함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분석이다.


정부는 1998년 벤처로 확인된 기업에 대해 조세, 금융, 기술개발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벤처확인제도를 도입했다. 2005년에는 이 제도가 시장친화적으로 개편됐는데, 기존 벤처투자나 연구개발로 벤처확인을 받던 방식 외에도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보증 및 대출평가를 받은 기업에 대해서도 벤처로 인정키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중적인 벤처 기업 구조가 등장했다. 본래의 벤처기업을 뜻하는 벤처캐피달의 투자(1074개, 3.3%)나 연구개발(1872개, 5.8%) 등을 통해 벤처기업으로 확인된 기업의 비율은 전체에서 일부에 불과했다. 반면 기보나 중진공의 보증·대출 평가로 벤처확인을 받은 기업이 대다수(2만9083개, 90.6%)를 차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벤처 본연의 목적에 맞는 기업들은 벤처확인을 받기 어려운 반면, 벤처기업으로서 혁신역량이 미흡하고 기업사정이 어려운 기업이라도 기술보증이나 대출로 인해 쉽게 벤처로 인정받거나, 벤처기업 속성에 부합하지 않는 중소기업까지 벤처확인을 받고 있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제도상 문제점으로 인해 전체 벤처기업에서 자본금 5억원 이하의 벤처기업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거나, 자본잠식 상태의 벤처기업 비율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현재의 벤처확인제도는 벤처특성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을 양산해 건전하지 못한 벤처생태계를 생성하는 등 실효성 논란이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현행 벤처확인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 바람직한 벤처생태계 구축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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