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똑같이 회식 때 술을 마시고 사고를 당했는데 업무상 재해에 대한 판단이 다른 이유는 뭘까.
법원은 문제가 된 음주 행위가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아래에서 이뤄졌는지 임의적이었는지를 기준으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공장장이 주관한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던 중 높이 6.5m 옹벽에서 소변을 보다가 실족해 추락하면서 의식을 잃었고 끝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회식은 총괄 책임자인 부사장과 A씨 소속 팀원 전체가 참석했고 회사의 지원금으로 회식비를 충당했다"면서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사업주의 전반적인 지배ㆍ관리 하에서 이뤄진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는 지난 6월 비슷한 내용의 사건에서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자동차 판매점 영업직원으로 일하던 B씨는 2013년 10월 인천 무의도와 소무의도에서 열린 단합대회 중 선착장 주변을 산책하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해 두개(머리뼈) 내 손상으로 사망했다.
B씨 유족은 "회사의 지배를 받는 행사에서 과음해 사고를 당했으니 이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가 저녁 회식 당시 뿐만이 아니라 기상 후나 아침 식사 후에도 몇몇 직원들과 자발적으로 술을 마시며 평소 주량을 넘긴 점에 주목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B씨처럼 자발적으로 과음해 사고가 났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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