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법원에서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승인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현재까지 하역이 완료된 선박은 12일 오전 기준 총 21척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보유선박의 70% 이상이 아직 바다에 발이 묶여 있는데다, 한진그룹 측의 하역비용 마련 작업이 제동이 걸리면서 물류대란 사태를 해결하기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12일 한진해운 등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 소재 파산법원의 존 셔우드 판사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한진해운이 채권자로부터 자산 압류를 막아달라는 요청과 관련해 스테이오더를 내렸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전날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던 한진그리스호를 시작으로 한진보스턴호와 한진정일호, 한진그디니아호 등 선박 5척을 차례로 하역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한진해운 최다 운항 노선인 미국에서 물류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피했다. 하지만 외항에 대기 중이던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 우려 없이 항만에 들어갔다고 해도 하역비용이 없으면 화물을 내릴 수 없어 물류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까지는 갈 길이 멀다. 법원은 화물 하역비용으로 약 17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한진해운에 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으나 '담보 선취득' 조건이 붙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선 지원 후 담보로 즉시 진행하고자 했으나 배임으로 인한 법적 문제, 채권회수 가능성 등에 대한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롱비치터미널의 담보를 선 취득한 후 한진해운에 대여하는 조건으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54%을 보유하고 있다.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으려면 한진해운이 이미 담보 대출 중인 6개 해외 금융기관과 또 다른 대주주인 MSC(보유 지분 46%)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해 실제 집행하기까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에서는 정부와 채권단에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담보 없이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운항 선박 128척 중 약 72%에 해당하는 92척(컨테이너선 78척ㆍ벌크선 14척)이 26개국 51개 항만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컨테이너선 59척, 벌크선 12척 등 총 71척이 압류를 피해 외항에 대기중이다.
이들 선박은 하역 업체가 작업을 거부해 입항이 금지되면서 공해 상에 대기 중이거나 이미 접안해 하역을 마친 후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출항을 금지해 발이 묶였다. 또 연료유를 구매하지 못해 운항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역이 완료된 선박은 21척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의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수출ㆍ물류대란이 장기화되고 이달 말부터 선적이 예정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이후 대규모 세일시즌)를 시작으로 한 연말연시 특수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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