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추석 선물세트 3분의1 덜 나가…꼭 필요한 곳에만, 중저가로"
한과·한우 판매코너는 썰렁, 가공햄류·3만~4만원대 와인코너 문의↑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3개 구입시 1개 더 드리고 있어요. 인터넷 가격과 비교해도 많이 차이나지 않으실거예요."
추석명절을 열흘 앞둔 4일,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이마트 지하1층에는 추석선물 판매 직원들이 김세트부터 와인세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저마다 목청을 높여 고객 끌어모으기에 한창이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각 업체에서 파견나온 직원들이 평일 주말보다 크게 늘어난데다가 시식, 시음행사까지 앞다퉈 진행하다보니 매장은 코너 곳곳을 돌아보기 힘들 정도로 번잡스러웠다. 그러나 실구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지난해 추석명절 행사 때에도 판촉지원을 나왔던 생활필수품 코너의 한 직원은 "본격적인 판매는 이번 주부터 시작되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작년보다도 3분의 1가량은 판매가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에 사업장만 봐도 문 닫은 곳도 숱하고,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인력 감축도 심해 예전에는 10개 세트 사갔을 것을 올해는 3개 세트로 사가는 식으로 씀씀이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치약, 비누, 샴푸보다 당장 먹을 수 있는 김, 스팸 등 식음료로 구성된 실용적인 선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식음료 선물 중에서도 가격이 2만~3만원대의 김 세트나 가공햄류 등 중저가 선물코너에만 몰릴 뿐 고급포장지로 꾸며진 버섯, 한과세트 코너에는 발걸음이 뜸했다.
한과코너의 판촉직원은 "한과세트는 선물용으로 나갈만한 게 5만원, 8만원등으로 다른 선물보다 가격대가 좀 높다보니 아직 판매량이 많지는 않다"면서 "추석 직전 주말에나 찾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에서 회사 직원들에게 줄 추석선물을 사러 왔다는 김용선(53)씨는 "지난 설에는 40여명 되는 직원들에게 추석선물을 돌렸지만, 올해는 선물 줄 사람이 20여명으로 절반이나 줄었다"고 말했다. 작은 부품업체를 운영한다는 그는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올 상반기에 결국 버티다 못해 인력감축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씁쓸해했다.
반면 시식코너에는 주말을 맞아 장을 보러 나온 이들까지 가세해 북적였다. 특히 동원, 대림, CJ 등에서는 주부들의 추석 상차림을 겨냥해 고기전, 해물전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시식행사를 진행했다.
이곳의 한 직원은 "이전 명절 때에는 매장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고 판매했는데, 올해는 최소물량만 놓고 그때그때 추가해서 채워넣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예년에 비해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얼마나 판매될지 모르니까 부담을 적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늦은 오후, 회원제로 운영하는 창고형마트인 롯데 빅마켓 금천점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판촉직원이 추석선물 세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 주말보다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뜸해 정작 매대를 지나다니는 이들이 없어 한가했다.
추석선물 코너의 한 직원은 "추석 전주라서 다들 벌초하러 갔는지 매장 방문객도 평소보다 좀 적은 것 같다"면서 "오후부터 교대근무를 서고 있는데 아직 10개도 채 판매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잘 나간 제품은 9800원짜리 샴푸,비누세트"라고 말했다.
2층에 위치한 육류판매 직원은 "지난해에는 30만원대 한우 세트도 전시해놨는데 이번에는 10만원대가 주를 이룬다"면서 "소고기값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된 선물을 해야겠다는 사람들은 한우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친척들에게 줄 와인세트를 사러 온 한모(29)씨는 "올해 결혼해서 처음 맞는 명절이라서 어른들께 드릴 추석선물을 고르고 있다"면서 "이곳이 다른 마트에 비해 좀더 저렴하게 파는 것 같긴 하지만, 추석 때까지는 아직 여유가 더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온라인쇼핑몰 가격이랑 비교해보고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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