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산고 끝에 최종 타결된 추가경정예산안이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와 이에 따른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또 다시 불발됐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정국 급랭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열린 정기국회 첫 본회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거취 문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문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정치현안을 언급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편파적인 발언을 했다며 집단 퇴장했고, 긴급 의총을 열어 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특히 여당은 정 의장의 사과표명과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국회 일정 재개도 불가하다며 강수를 뒀다.
정 의장은 이에 대해 오후 9시께 성명을 내고 "개회사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추후 논의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추가경정예산안 등 시급한 현안처리를 위한 본회의 참석을 여야 의원님들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의 사과요구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현안에 대한 입장을 사심 없이 얘기했다는 점을 (새누리당 지도부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은 정 의장의 개회사를 옹호하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더민주는 논평을 내고 "국회의장의 사과가 추경안 등 민생을 돌보는 일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인지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정 의장은 당대 최고의 개회사를 했다"며 "새누리당이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국회일정을 전면 중단하면서 야권 일각에서는 야당 단독으로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더민주 원내지도부의 판단으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다만 이날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는 야당 단독으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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