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접촉 사고를 낸 충남 당진경찰서 소속 경찰 간부가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음주운전으로 주차돼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근래 3년간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도 신분을 숨겨 징계를 피한 공무원들은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대구시교육청 소속만 22명으로 이 중 교통사고를 낸 7명은 정직처분을 받았다.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이들에 대한 처벌은 정당하다는 게 '상식'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1993년)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신분을 속여 징계를 피한 이철성 경찰청 차장을 신임 경찰청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일이니 눈감아 줘야 할까, 사면도 받고, 본인이 반성한다고 했으니 더 이상 거론해선 안 되는 일일까.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결정이니 따라야 하는 걸까….
우리는 지금 경찰 간부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허위조사를 받았어도 경찰총수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목도(目睹)하고 있다. 실력 있고 도덕적인 많은 경찰 간부들을 낙담하게 하고, 또한 도덕적, 윤리적, 교육적, 법질서적 경제사회 가치 손실이 어느 만큼인지 계산할 방법도 없다.
온 나라가 '우병우 의혹'으로 떠들썩하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은 구속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으로 시작돼 처가 땅 매매 간여, 가족회사인 (주)정강 회삿돈 횡령, 처가의 차명 부동산 보유 문제를 비롯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감찰내용 누설 의혹까지 여러 문제들과 엮이고 얽혀있다.
검찰청이 스크랩한 어제 자 국내 16개 조간신문의 검찰관련 기사는 150개에 달한다. 이 중 우 수석과 관련한 보도는 3분의 1이다.
언론의 보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건 이 문제가 결국 청와대나 검사 비위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 수석의 의경 아들 보직 특혜 의혹은 국민 정서적 반발이 큰 사안이다. 권력과 막대한 부를 소유한 기득권층이 권력을 이용해 병역을 기피하거나 해태하는 것은 우리가 신성하다고 배우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지켜왔던 '국민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는 힘과 돈과 '빽(배경)' 없는 사람들의 전유물인가. 99%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주는 행위다.
오너가족이 회삿돈을 주머닛돈 꺼내듯 빼다 쓰고 법인 차량 여러 대를 개인적으로 굴려도 아무런 처벌이나 제재를 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차명 부동산 보유 문제 역시 탈세로 연결돼 유리지갑인 봉급 생활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결국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사건만 쫓다보면 본질은 어느새 잊힌다. 우병우에는 관심 없다. 권력층이 구축한 부패한 사회시스템이 핵심이다.
김민진 사회부 차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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