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까지 결정 연장…미국 대선과 맞물려 부담 더 커져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정부가 구글 지도 해외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지도반출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훨씬 높다는 점을 의식, 결정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미국 대선(11월8일) 이후 지도 반출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국토지리정보원),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은 지난 24일 국토지리정보원 본관에서 오후 3시부터 2시간 30분 이상 회의를 열었으나 구글의 지도 반출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신청인측(구글)과 안보, 산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지도 정보 반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건에 대한 처리 시한을 60일 연장해 오는 11월23일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예상과 달리 이날 회의에서는 찬반 논쟁은 없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찬반 토론까지 가지도 못했으며, 사실관계가 더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글 지도 반출이 안보와 산업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국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보다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글 지도 반출은 초기 안보 이슈에서 최근에는 산업 활성화나 통상 마찰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정원이나 국방부 등 안보 부처에서는 구글 지도를 반출을 반대하고 있으나 산업부나 외교부 등에서는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용했을 때와 반출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더 큰 국익인지는 비교 형량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8일 산업부, 국토부와 영상회의를 통해 구글 지도 반출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앞으로 전망을 점치기는 어렵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정부가 미국 대선 이후로 결정을 미룬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지도 반출과 관련해 구글과 추가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의 결과에 따라 지도 반출을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구글 지도 반출 허용 심사를 유보한 것에 대해 국내 공간정보 산업계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구글에게 사실상 특혜를 준다는 것이다.
손영택 공간정보기술연구원장은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문제에 대해 구글이 얼마나 진정성있게 나올지 의문"이라며 "심사를 보류할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불허한 후 다시 신청하도록 조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