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집안 내부 전체를 수리해주겠다고 하거나 원하는 가격대에 맞춰줄 수 있다는 집주인들도 있어요. 당분간은 역전세난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신천동 S공인)
"삼복더위가 끝나가면서 전세 물건을 찾는 문의가 부쩍 늘었어요. 가을 이사철과 새 학기를 앞둬서 그런 것 같아요. 역전세난은 다른 동네 얘기라고 볼 수 있죠."(잠실동 L공인)
서울 송파구의 전세 시장에서 온도차가 심하다. 단지에 따라 역전세난이 있는가 하면 전세물건이 딸리기도 한다.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곳은 옛 아파트가 즐비한 신천동과 새 아파트가 많은 잠실동이다. 주공5단지와 장미아파트 등이 위치한 신천동은 인근 신도시 입주물량으로 인한 역전세난의 타격을 받은 반면 리센츠, 엘스, 트리지움 등이 위치한 잠실동은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 전세물건이 빠르게 소진중이다.
잠실동 전세시세는 최근 들어 평균수준을 회복했다. 서울시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리센츠 전용 84㎡의 경우 전세가가 한때 6억원대까지 떨어졌으나 8월 기준 8억4000만원선까지 올랐다. 인근 R공인에 따르면 "전용 84㎡ 기준으로 잠실 평균시세가 8억원대여서 최고점인 8억5000만원에 근접했다"면서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 전세가가 크게 회복된 것"이라고 전했다. 잠실엘스 역시 전세가가 6억원대 중반~7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8억원선까지 올랐다. R공인 대표는 "일반적으로 6~8월이 전세시장 비수기임을 감안해보면 역전세난 역시 일시적인 현상일 뿐 교육과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잠실은 그래도 이름값 하는 동네"라며 "매물이 한 동에 1~2개 정도로 드물기 때문에 전용 84㎡ 전세의 경우 8억원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천동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장미 1차 전용 84㎡의 경우 전세가가 상반기 중 3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3억원 중반 전후로도 계약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난해 4억원 안팎이던 것에 비하면 약세장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S공인 대표는 "내부 인테리어를 다 고쳐준다거나 최대한 원하는 가격대에 맞춰줄 수 있다고 제안하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미사나 위례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같은 값이면 인근의 새 아파트로 입주하려는 세입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일대의 분위기를 전했다. 신천동에 위치한 장미ㆍ미성ㆍ진주아파트 등의 단지는 입주한 지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다.
역전세난으로 전세가가 하락한 단지들은 재건축 재료가 작용하면서 매매가는 여전히 강세다. 미성아파트의 경우 전용 55㎡가 지난해 말께 5억원대이던 것이 지금은 7억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H공인 대표는 "소형평형대의 경우 매물로 나온 것도 거의 없다"며 "대단지에다 한강변에 위치해 재건축 호재를 기대하고 발빠르게 움직인 투자자들이 이미 움직인 결과"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올해 위례와 미사 입주물량이 2만가구 정도인데 내년에는 9000가구로 줄어들면서 세입자 이동이 한풀 꺾일 수 있다"며 "문정동이나 장지동에서 위례로 넘어가거나 강동구 일부에서 미사로 이전해갔지만 송파지역 전체에서 '역전세난'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단지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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