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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경제' 갖가지 진기록…'폭염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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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에어컨에 겨울옷까지 잘 팔려
호텔, 도심 객실 점유율 90%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만 16명
가축 집단 폐사·채솟값 급등

'35℃경제' 갖가지 진기록…'폭염의 명과 암'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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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일산에 사는 주부 김모씨는 지난 주말 저녁 인근 대형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마트 인근 도로를 한바퀴 돌 만큼 대기 차량이 길게 늘어섰고, 진입로에는 '만차' 표시가 깜빡였다. 1시간만에 주차에 성공한 김씨는 두어개 남은 카트를 재빨리 손에 쥐었다. 에어컨을 교체할까 생각했지만 원하는 모델은 모두 팔렸다는 안내를 받았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닷새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직원 설명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일하는 오모씨는 최근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 35도를 웃도는 한낮 폭염에는 입맛이 싹 달아나 점심은 거르고 물만 들이킨다. 손바닥 두 개 만한 소형 선풍기를 가장 세게 틀어보지만 도움이 될 리 없다. 창문도 없는 쪽방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다가 현기증에 쓰러졌다는 근처 상가 관리인 소식도 남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이 한반도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피서 제품이나 시설을 향해 닫혔던 지갑이 활짝 열리는가 하면, 일부 소매점에서는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 일까지 생긴다. 그러나 무더위에 쓰러지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과일이나 채솟값이 급등하는 등 암울한 소식도 들려온다. 폭염이 남긴 '명'과 '암'의 기록을 돌아본다.


◆TV홈쇼핑에선 오리털 점퍼까지 잘 팔렸다…폭염에 열린 지갑=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은 급격히 늘었다. 지난 16일까지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모두 396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157만명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다. 제주시 지역 해수욕장 이용객도 지난해보다 4일 빠른 최단기간 100만명을 돌파했다.


폭염에 장 보러 나가기 꺼려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며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액도 급증했다. G마켓은 최근 2주간 전체 매출 중 모바일 비중이 품목별로 최대 86%에 달했다. K쇼핑의 경우 폭염이 절정에 달한 7월 4주차 주문건수가 전주대비 126% 증가했다.


연휴 기간 여가를 즐기는 형태까지 눈에 띄게 바뀌었다. 외곽의 리조트나 팬션 등으로 떠나기 보다는 가까운 시내 호텔에 머물렀다. 광복절 연휴였던 지난 13~15일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의 객실 점유율은 대부분 90%를 상회했다.


폭염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홈쇼핑 업계는 기대 이상의 특수로 환하게 웃었다. 한 낮 외출을 자제하고 열대야로 잠못드는 사람들이 TV앞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CJ오쇼핑의 주문량은 전주 같은 시간 대비 각각 2배, 4배씩 뛰었다. 구스다운, 알파카 코트 같은 한겨울 제품까지 잘팔려 4억5000만원의 매출을 냈다. 에어컨ㆍ선풍기 등 냉방기기도 잘 팔렸다. GS홈쇼핑이 지난 7일 방송한 'LG에어컨'은 목표 대비 230% 이상 판매됐다.


여름철마다 편의점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컵얼음은 매일 조기품절이다.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대형 편의점별 컵얼음은 전년 대비 10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판매량은 더 치솟을 수도 있었지만, 없어서 팔지 못했다.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해 발주제한까지 걸린 상태다.


◆온열질환자 역대 최다…채소ㆍ과일값 오르고 전기료까지 '폭탄'= 반면 더위는 사람과 가축의 건강, 생명을 위협했다. 사람들은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질병에 쉽게 걸리고, 오리나 닭, 돼지 등 가축의 폐사가 잇따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월23일 이후 지난 15일까지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6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통계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온열질환자 수의 경우 역대 최다인 1800명을 기록했다. 냉방시설이 없는 쪽방촌 거주자나 고령의 노인들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재래시장 상인들의 경우 더위와 판매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축사에서는 연일 가축들이 죽어나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월15일부터 8월16일까지 폭염으로 인해 닭 334만5373마리, 오리 11만3371마리 등 가축 349만4575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돼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피해를 기록했다. 일부 어촌에서는 전복 등 양식장에 집단폐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일이나 채소는 폭염 피해로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18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홍로 사과 1상자(10kg)의 가격은 3만8379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3.5% 올랐다. 배추 도매가격(10kg)은 1만1470원으로 118.4%, 시금치(4kg)는 4만4351원으로 99.5% 치솟았다. 청상추(4kg)와 애호박(28개)도 각각 60.3%, 42.7% 상승했다.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데 이어 전기료 걱정까지 커지는 분위기다. 더위가 가장 극성을 부렸던 8월 사용분 전기료는 다음달 말 고지서가 발급된다.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주 네차례 경신행진을 이어가다 12일 오후 8518만kW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위로 매출이 크게 뛰는 수혜 업종이 있기도 하지만, 물가 상승이나 전기료 문제 등으로 소비심리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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