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엔고 역풍으로 일본 수출액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7월 일본 수출액이 전년 동월대비 14% 감소했다고 18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이 예상한 시장 전망치(-13.7%)를 하회하는 수치로, 수출 감소율로 따지면 2009년 10월(-23.2%) 이후 6년 9개월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일본의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0% 오른 엔화가치와 주요 수출국인 미국ㆍ중국 등의 수요 부족이 수출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각각 11.8%, 12.8% 감소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6.5% 줄었다.
마사미치 아다치 JP모건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치 상승보다 부진한 글로벌 수요가 일본의 수출감소에 영향을 더 미쳤다"며 "앞으로도 계속 일본의 수출 지표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달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하며 역시 시장전망치(-20.0%)를 하회했다. 지난 2015년 1월 이후 19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ㆍ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들여오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나프타 등의 석유제품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7월 무역수지는 5135억엔(약 5조6800억원) 흑자를 기록, 전월(6928억엔)대비 감소했으나 시장 전망치(2732억엔)를 두 배 가까이 웃돌며 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수출액이 늘어나 흑자폭이 커진 것이 아닌,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져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무역수지는 올해 1월과 5월을 제외하고 모두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벌어진 전형적 불황형 흑자다.
엔화가치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엔화가치는 100대이하로 하락하며 강세다. 오전 9시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전일 대비 0.8% 상승한 달러당 99.89~90엔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엔화 상승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의원들이 금리 인상에 대해 격록을 벌인 것으로 영향으로 풀이된다.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약화되며 달러화는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일본 정부는 당장 구두 개입에 나섰다. 차관급인 아사카와 마사쓰구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과도한 (엔화가치) 변동이 있으면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는 수출지표 부진과 엔화가치 상승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1% 이상 하락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가 상승하며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주가가 1.4% 하락했으며, 닛산과 마쓰다 등도 각각 2%, 3% 하락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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