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고로와 전기로 공정을 모두 갖춘 종합제철소다. 고로 3기를 포함한 고로 공정은 후판, 열연,냉연공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철스크랩을 원료로한 전기로 공정에서는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이회사 인천공장은 한국 철강산업의 효시가 된 공장으로 세계 최대 단일 전기로 공장이다. 현대제철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현대제철이 부담하는 전기료도 매년 증가했다. 2013년 8100억원 수준이던 전기료가 2014년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전기료가 1조원을 넘는 사업장은 현대제철이 유일하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별로 전기요금을 많이 내는 기업은 현대제철에 이어 삼성전자와 포스코,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으로 파악됐다. 전기요금은 현대제철이 1조원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기업들도 5000억원에서 1조원 이내로 알려졌다. 이들외에도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에쓰오일, SK에너지 등도 연간 전기료가 웬만한 중견기업 매출과 맞먹는다.
기업의 전력사용량과 사용량 추이는 해당 기업의 가동률과 생산현황 등을 간접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래 비공개돼 왔으나 국내에서는 국회를 통해 종종 공개된다. 산업계는 그러나 공개되는 목적이 대부분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저렴하게 책정돼 있어 대기업에 특혜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많다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
실제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국전력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대기업들이 원가 이하로 할인받은 전기요금규모가 수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20개 대기업의 2012~2014년 3년간의 원가손실액 총액은 3조 5418억3100만원으로 파악됐다. 원가손실액은 전기 생산비용 대비 전기요금을 받지 못해 한국전력에 발생한 손실을 의미한다.
혜택을 많이 받는 기업은 전력사용량과 전기요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가장 많은 4291억원을 할인받고 포스코(4157억원), 현대제철(4061억만원), 삼성디스플레이(3716억원), SK하이닉스(2361억원), LG디스플레이(2360억원), LG화학(1684억원) 등이 적지않은 혜택을 받았다고 했다.
산업계는 이런 주장을 근거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론이 지펴지고 있는데 난감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모든 나라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이유는 요금인상이 제조원가 상승, 제품가격 인상, 물가상승 및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토지, 용수, 임금 등 생산요소 비용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산업용 요금 인상은 경쟁력 저하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싸다'는 주장에 대해 물가수준, 발전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절대액이 싼 것이 분명하지만 주택용 요금에 대비한 산업용 요금 상대액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고 반박했다.또 전기요금은 물가수준, 원전비중, 부존자원의 양 등 각국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판매단가만을 가지고 가격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은 것도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이며 산업용 전기는 발전단가, 배전비, 전력손실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용도의 전기보다 원가가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전력예비율이 안정적인 상황이고 전력수요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어 과도한 수요 관리보다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화할 때라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3개 경제단체와 22개 업종단체는 지난 3월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최근 중국이 전기요금 인하 방침을 밝히는 등 국내 기업의 원가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전달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국내 수출이 장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이라며 "정부가 수출 기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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