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
경영 복귀 않고 당분간 치료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천신만고 끝에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전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이 회장으로서는 생명 연장의 기회를 얻게 됐으며 이 회장의 신병에 적지 않은 역량을 집중해온 CJ그룹 역시 경영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 회장을 포함한 광복절 71주년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앞서 법무부가 지난 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사면 대상자를 선별한 것을 토대로 박 대통령이 검토 후 승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13일 0시를 기해 사면조치가 이뤄져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다.
이번 사면을 위해 이 회장은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 재상고를 포기하는 순간 형이 확정, 곧장 수감될 상황에 놓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이 좋지 않아 수감생활이 불가한 이 회장으로서는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고심끝에 재상고 포기를 결정했다. 지난달 19일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냈다. 사면을 위해 벌금 252억원도 일찌감치 일시불로 완납했다. 극도로 나빠진 이 회장의 건강 상태로 수감생활을 감당할 수 없고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은 사면 후 경영에 복귀하는 것보다는 치료를 받는데 집중할 예정인 것으로 예상된다. 불치의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를 앓고 있는 이 회장은 다리와 팔의 근육이 소실되고 있다.
최근에는 증세가 심해져 걷기, 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물론 혼자 식사를 하기도 힘든 상태다. 현대 의학에서 CMT의 완치 방법과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매일 2회 전기자극 치료 시행하고 있으나 이미 위축·변형된 손과 발을 원 상태로 되돌릴 길은 없다.
또한 무릎관절이 손상돼 통증을 호소하는 터라 치료를 제대로 할 수도 없다. 신장 거부 반응도 나타나 면역억제 치료를 동반하면서 부신부전증과 간수치 상승, 구강궤양 등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서적으로도 죽음에 대한 공포,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극심한 탓에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MT는 완치법이 없어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전문 시설을 갖춘 곳에서 무중력치료나 수중치료와 같은 특수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의료진의 소견이다. 때문에 같은 지병으로 미국에서 수중치료를 받고 있는 누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같이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총수의 사면으로 CJ그룹은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이 곧바로 경영에 복귀하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오너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된 CJ로서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것은 물론 그동안 미뤄왔던 그룹 현안들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화해왔던 그룹 및 계열사 임원인사와 인력 채용,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등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오너이자 투자결정권자인 만큼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대규모 투자 등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공백이 소극적 투자로 연결됐다는 점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2012년 2조9000억원에 달했던 CJ그룹의 투자규모는 꾸준히 감소했고 지난해 말 기준 1조7000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실제 CJ그룹은 이 회장 구속 이후 인천 굴업도 관광단지와 부산 영상테마파크 조성사업 등 대규모 투자에 제약을 받았으며 중국 바이오기업 메이화성우, 코웨이, 동부익스프레스 등 주요 인수전에서 잇따라 낙마하며 지난 3년간 CJ그룹의 투자 차질 추정액만 약 7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 이후 줄곧 제기됐던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면으로 CJ그룹이 보다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부재 속에 손경식 회장, 이채욱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주식회사 CJ 및 전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병세가 악화된 상황에 큰 폭의 변화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면 결정에 대해 이 회장은 CJ그룹을 통해 "그 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치료와 재기의 기회를 준 대통령님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내 건강을 회복하고 사업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은 "사면결정을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면서 "사업을 통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해달라는 뜻으로 알고 글로벌 문화기업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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