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미국 경제를 망가뜨린 '깨진 약속(the broken promise)'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이코노믹클럽'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경제정책을 발표하며 "한미FTA로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한국의 대미수출이 한국에 대한 미국 무역적자규모의 배에 달하는 150억달러(약 16조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무역 개혁안에 대해 발언하던 중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힐난하며 한미 FTA를 들먹였다. 그는 "클린턴 전 장관이 이 도시, 이 나라의 부와 일자리를 벗겨내는 무역협정을 지지했다"며 한미FTA가 그런 예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수 십 년간 무역협정에 대해 틀린 주장을 해 온 사람들이 한미FTA로 미국의 수출이 100억달러(약 11조850억원) 이상 늘고 7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상은 정반대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한미 FTA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에서 시작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에서 비준됐다. 당시 FTA를 반대한 것은 민주당이었으며 공화당은 전폭적인 지지에 나섰다. 트럼프가 한미 FTA와 함께 '일자리 도둑'으로 몰고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부시 행정부가 서명한 작품이다.
이는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의 주민들의 분노를 표심으로 연결하기 위해 애꿎은 한미 FTA 등을 인질로 잡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는 세제 개편안도 내놓았다. 상속세 폐지와 법인세 인하가 핵심이다. 트럼프는 법인세율을 현재 최고 35%에서 15%로 낮추고, 소득세율도 현 7단계에서 12%와 25%, 33%의 3단계로 간소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현금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올 때 10%의 세금만 부과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모든 육아비용도 소득공제 대상으로 만들겠다며 "몇 주 뒤 (딸) 이방카가 만들고 있는 육아 관련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세제 정책이 "레이건 행정부의 세제 개혁 이후 최대 세제 혁명"이라고 자평했다.
여기에 트럼프는 "집무 시작과 동시에, 전임 행정부에서 새로 만든 규제를 일시 정지시키겠다"며 "연방정부 산하 기관에 공공 안전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일자리만 없애는 '불필요한 규제' 목록을 작성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와 클린턴의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날 먼마우스대학이 발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37%의 지지율을 기록해 클린턴 보다 13%포인트 뒤졌다. 지난 5일 공개된 맥클래치-마리스트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의 지지율은 트럼프보다 14%포인트 높았다.
뉴욕 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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