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부산 해운대 교통사고로 원인으로 운전자의 뇌전증 병력이 꼽히면서 의료계가 뇌전증 환자에 대한 주홍글씨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회장 홍승봉)는 5일 오후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함께 뇌전증 대책을 세우기 위한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학회는 "뇌전증은 불치병이 아니고 70% 환자는 약물로 조절돼 자동차 운전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서 "약 30%의 뇌전증 환자들은 약물치료로도 조절되지 않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수술을 통해 85% 가량은 치료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뇌전증 환자의 교통사고 위험도는 70세 이상 고령이나 20대 젊은 운전자보다 훨씬 낮다"면서 "이번 사고는 약을 제대로 먹지 않은 환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 뇌전증에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뇨병과 고혈압, 심장병, 뇌졳중, 치매 환자들도 약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의식 및 기억장애, 판단력, 집중력 감소 등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뇌전증은 뇌가 비정상적으로 흥분하거나 과동기화로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신경질환이다. 우리나라 유병률은 19만 2254명으로, 인구 1000명당 4명(대한뇌전증학회 뇌전증 역학조사보고서)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유병율은 실세 환자수보다 적게 나타날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들이 증상을 인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부정적 사회 인식이나 차별로 환자와 가족들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신원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대부분의 경우 조절이 가능한 질병이고 일부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병"이라며 "그동안 간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선입관 때문에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하였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좋지 않은 시선과 더불어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소아 및 청소년기 뇌전증은 분만손상이나 중추신경계 발달장애,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고령에서는 퇴행성 신경질환도 흔한 원인이 된다. 그리고 전 연령군에서는 뇌 외상, 중추신경계 감염 및 종양이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환자 스스로 발작을 느낄 수 도 있지만, 복합부분발작 등의 일부 발작은 환자가 전혀 발작을 하였는지를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발작을 관찰한 보호자의 말이 중요할 수 있다.
뇌전증의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뇌파 검사와 뇌영상검사 등의 검사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들을 하더라도 뇌의 이상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뇌전증도 20-30%가 있을 수 있다.
뇌전증의 치료는 신경세포의 흥분을 억제시키거나, 발작을 억제하는 항경련제를 쓰는 약물치료가 근간이다. 환자 70% 이상이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2~30% 환자는 약제 불응성 난치성 뇌전증에 해당되는데 이때 수술치료, 미주신경작그술, 케톤식이요법 등이 이용된다.
신원철 교수는 “뇌전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사회적인 이슈 때문에 제도와 법이 한순간에 바뀐다면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고 더욱 음지로 숨어 질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받지 않아서 뇌전증이 악화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나중에 더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