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오는 9월28일 예정대로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혹시나 내가 투자한 내수 관련주가 타격을 입지는 않을까' 하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29일 개장 초 김영란법 시행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유통, 주류, 골프 관련주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9시18분 현재 롯데쇼핑은 전일 대비 1000원(0.51%) 하락한 19만5500원, 현대백화점은 1500원(1.17%) 내린 12만6500원, 신세계는 1000원(0.53%) 하락한 18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가 0.23%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업종지수는 0.45% 하락하며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미 내수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3ㆍ5ㆍ10'(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초과하면 처벌)으로 대표되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5만원이 넘는 선물세트 매출 의존도가 높은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기업들의 접대 문화가 바뀌면서 주류업체의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불안감도 하이트진로(-0.43%), 국순당(-0.14%), 무학(-0.62%) 등 주류업체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골프장 운영ㆍ관리업체 C&S자산관리(-1.70%), 에머슨퍼시픽(-1.04%) 등도 주가에 힘이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전날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 타격이 우려되는 관련주의 움직임이 크지 않았던 것은 김영란법 시행령이 지난 5월9일 입법예고된 만큼 불안감이 선반영된 영향도 있다.
김영란법이 아직 시행 이전인 만큼 법 시행이 어느정도 국내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고 관련 기업 실적에 타격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업종 주가 타격이 클 것이란 불안심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수업종 주가 흐름이 안좋은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소비시장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어 분명 유통주에는 좋을리 없는 이슈"라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김영란법이 어느 정도로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지도 않은 상항에서 유통주 하락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으로 타격을 입는 업종이 있는 반면 수혜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명절 선물을 쪼개 팔거나 기업들이 선물의 단가를 낮춘 만큼 양을 늘려 택배나 포장업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도 각종 추측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