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송파 등 집값 상승 진원지서 ↓
위례·미사 등 입주 물량 증가가 원인
강남권 입주 내달 더 늘어 '역전세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지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수년째 가파르게 상승한 전셋값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연초 대비 1억원 이상 빠지는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역전세난'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59㎡ 전셋값은 올 초 8억2000만~8억8000만원 선이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처음 거래된 같은 단지·평형은 7억5000만원(4층)까지 떨어졌다. 저층일수록 하락폭은 더 크다. 12억원까지 치솟았던 이 아파트 전용 84㎡ 1층은 9억8000만원에 두 건이나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송파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가장 최근 거래된 송파구의 잠실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27층) 전셋값은 7억원이었다. 올 초 이 아파트는 8억(12층)~8억7000만원(26층)으로 거래됐다. 6억~7억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던 지난해 상반기 전셋값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런 현상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는 지난주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권 전셋값이 0.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와 강동구는 지난 3월 이후 전셋값이 하락·보합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서초구까지 전셋값 하락세에 가세했다.
전문가들은 위례·미사의 입주물량 증가를 강남권 전셋값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부터 입주를 시작한 위례·미사 입주물량은 올해 2만여 가구에 달한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고 교통 여건이 뛰어난 대규모 택지지구에서 아파트 물량이 일시에 풀리면서 전세 물건이 늘자 꺾일 줄 모르던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전세시장 약세의 진원지인 위례에선 전셋값이 몇 달 새 2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3억8000만~4억원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59㎡ 아파트가 3억원 초반 대까지 빠졌다. 위례신도시 D공인 대표는 "입주 초기에는 전세 물량이 워낙 많이 세입자를 구하는 게 힘들다 보니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례·미사의 입주가 한 동안 지속되는 데다 공사가 진행 중인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 영향으로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연립·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 주택과 월세 납부에 대한 거부감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내달 강남권 입주물량이 더욱 늘면서 전셋값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8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4335가구)의 57.5%(2494가구)가 강남권에 몰려 있다. 강남구 수서동 강남더샵포레스트(400가구), 강동구 성내동 성내올림픽파크한양수자인(482가구)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반포(1612가구) 등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단지들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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