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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예산 '횡령'한 공무원들이 '무죄'라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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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예산 '횡령'한 공무원들이 '무죄'라는 검찰 한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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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공무원들이 예산을 '횡령'했는데도 "고의성이 없었다"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다. 부당 지급된 돈도 한 푼도 환수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시작은 2014년 3월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시민단체 위례시민연대의 제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서울 시내 17개 자치구들이 공무원들에게 1인당 13만원 씩 매월 급식비를 주고 있으면서도 구내식당 운영비를 지원해 최근 5년간 총 182억원의 예산을 쓴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자치구 공무원들은 이같은 지원 때문에 구내식당에서 4000원짜리 메뉴를 2500원에 싸게 사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들은 법령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보수ㆍ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구내식당 지원비는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이는 법령에 위반되는 지원이었다.

권익위는 당시 이를 '부패행위'라고 판정했다. 권익위는 "'구내식당'을 공무원의 '후생복지 시설'의 범주에 포함하도록 조례를 만들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공무원 보수로 이미 월13만원의 급식비를 월정액으로 지급하고 있는 시점에서 관련 법령을 위반해 공공기관에 대해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부패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조사해보니 횡령 금액은 송파구가 28억9000만원으로 가장 금액이 컸고, 서초구 28억3000만원, 강남구 21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시와 행정자치부도 2014년 말 각각 자체 감사ㆍ지침을 통해 불법 행위임을 확인하고 해당 자치구들로 하여금 급식비 이중 지원을 중단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고, 횡령액도 한 푼도 환수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위례시민연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해 초 이 단체는 감사원에 책임자 처벌ㆍ부당 지급액 환수 등을 요구하며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인 지난해 4월 "조례를 근거로 지급한 만큼 고의적인 과실이 없다"며 공익 감사 청구를 각하했다.


이후 이 사건은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감사원의 공익 감사 각하 결정에 발끈한 위례시민연대가 지난 1월 가장 금액이 컸던 송파구의 전ㆍ현직 구청장 2명과 관련 공무원 28명 등 30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의 결론도 감사원과 비슷했다. 서울 동부지검은 지난 5일 이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ㆍ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그러면서 "조례에 근거해 구내식당 운영비를 지원한 한 만큼 횡령이나 배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례시민연대 측은 "고의성이 다분하다"며 지난 18일 곧바로 항고했다. 위례시민연대 측이 제시한 '고의성'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이 단체는 "검찰이 '무혐의'의 주요 근거로 든 송파구의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조례는 상위법령에 어긋난 것으로 원천 무효"라며 "설사 유효하더라도 관련 법령 및 예산 편성 기준에 따라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구내식당 운영지원'에는 단순 행정 지원ㆍ시설물 유지보수비 정도를 의미할 뿐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식자재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고발된 송파구청 공무원들은 근거가 전혀 없는데도 자신들과 소속 직원들의 식비 부담을 줄여 사익(개인별 월7~8만원)을 취할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예산을 인건비와 식자재 구입비로 사용한 것이므로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충분하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또 송파구가 구내식당 식비를 결정하면서 물가인상 등 합리적 기준이 아니라 소속 공무원노조의 의견을 가장 크게 고려한 점, 고발된 공무원들이 자신과 소속 직원들이 이미 중식비 용도의 급식비를 월정액(월13만원)으로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도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밖에 서울 자치구 중 일부는 이들과 달리 구내식당 지원비를 편성하지 않은 점, 행자부가 매년 '법령 위임이 없는 공무원 관련 경비 조례 제정 금지 원칙'을 시달하고 있는 점, 2014년 7월 급식비 이중 지급 사실이 알려져 행자부가 불법임을 주지시켜줬고 그해 10월 자체 감사ㆍ서울시 감사 결과에서도 부당한 지원으로 판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계속 지원한 점 등도 고의성을 간접 입증해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 문제를 놓고 "밥 값 정도를 갖고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위례시민연대는 "무혐의 처리할 경우 공직자들에겐 국민의 세금이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국민들은 더욱 더 큰 자괴감과 공직 불신감에 빠질 것"이라며 끝까지 소송을 제기해 책임자 처벌ㆍ부당 수급액 환수 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단체는 이번에 무혐의 판결을 받은 송파구와 달리 조례에 근거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구내식당 운영비를 지원했던 광진, 강북, 노원, 은평, 양천, 마포, 강남구 등 7개 자치구에 대해선 "급식비 이중 지급액을 전액 환수하라"고 요구해 향후 추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비록 검찰이 송파구의 사례에 한 해 '불법이지만 조례에 근거가 있기 때문에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공무원 급식비 이중 지원을 둘러 싼 법정 다툼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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