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공직자의 개인적 기부행위에 대한 정보는 공적 관심사일까, 사생활 침해일까? 한 시민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공직자 기부활동 실적 공개 운동을 둘러 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위례시민연대는 2008년부터 대통령과 중앙행정기관장, 시ㆍ도지사 및 교육감, 지방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로 수집한 기부실적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의 공직자들이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기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최근에도 16개 시ㆍ도 지사를 상대로 기부실적 공개를 요청했지만, 대구ㆍ광주ㆍ대전ㆍ전남 등 4곳을 제외한 나머지 12곳은 정보를 보내오지 않았다. 서울ㆍ경남ㆍ부산ㆍ인천ㆍ울산은 정보 부존재, 제주ㆍ충남ㆍ전북ㆍ경기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강원ㆍ충북ㆍ경북은 '기부 실적이 없다'고 밝혔다. 17개 시ㆍ도 교육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경기, 부산, 대전, 광주, 울산, 전남, 전북, 제주, 경북, 세종 등 10곳이 기부실적 및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 등 3부 요인 171명을 상대로 한 기부내역 정보공개요청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이 언론보도가 나간 후에야 비공개 결정을 통보하는 등 171명 중 54명(32%)만 개인기부실적을 공개했고 나머지 117명은 개인사생활 등을 이유로 공개를 꺼려했다.
이처럼 기부 활동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기관ㆍ공직자들은 대체로 "개인 사생활이므로 적절치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내부적으로 얘기를 들어 보면, 민감한 시기에는 선거법상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 '왜 다른 단체에는 도움을 주고 우리한테는 안 하냐'고 따지는 경우가 많아 공개를 꺼린다고 한다. 굳이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니 바깥에 알리지 말라는 본인의 뜻에 따라 정보 공개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일부 지자체 단체장들의 경우 위례시민연대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선거를 앞둔 2014년에는 응했다가 올해엔 "자료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만 하더라도 매년 급여의 20% 남짓을 기부하면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성룡, 빌 게이츠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의 통 큰 기부 행위가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시민들의 선행이 늘어난 사례도 있다.
헌법재판소도 마침 2013년 판례를 통해 공직자의 자질ㆍ도덕성ㆍ청렴성에 관한 사실은 사생활이라고 하더라도 순수한 사생활로만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적이 있다.
언제쯤 우리나라에서도 사심없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공직자들의 모습을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며 자랑스럽게 칭찬하며 배울 수 있게 될까 궁금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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