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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X파일] NC 8연승 날개 꺾은 그 날의 승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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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29일, NC-기아 프로야구 경기영상 다시보니…관중도 선수도 속인 이태양 투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5월2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TV 자막에는 '파죽지세'라는 네 글자가 담겼다. 원정팀 NC다이노스의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2013년 프로야구 정규리그에 참여한 NC는 한국프로야구 판도를 뒤흔드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그 경기가 있기 전까지 5월 승률은 18승 4패 1무 (승률 8할1푼8리)에 달했다. 전체 승률도 28승 18패 1무(승률 6할9리)로 당당히 중간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NC는 이날 경기 전까지 8연승 쾌속질주를 이어갔다. 구단 창단 이후 최다 연승 기록이다.

기록은 이어질 수 있을까. 중책을 맡은 선수는 투수 이태양(23)이다. 이태양은 이날 전까지 시즌 2승, 방어율 3.38로 NC 상승세에 한몫을 했다. NC는 이날 경기에서 테임즈, 나성범, 이호준, 박민우 등 막강 타선을 가동했다.


상대는 홈팀 기아타이거즈다. 전통의 강호이자 끈끈한 경기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김기태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이 녹아들면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는 팀이다. 이태양의 상대 투수는 양현종이다.

기아는 물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다. 야구 전문가들이 투수 구위만 놓고 볼 때 첫손가락으로 꼽는 바로 그 주인공이다.


[법조X파일] NC 8연승 날개 꺾은 그 날의 승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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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의 팬들은 이날 경기를 예의주시했다. NC는 창단 최다 연승 기록을 이어갈 것인지, 에이스 양현종이 그 길을 막아설 것인지 관심을 집중했다. 기아챔피언스필드는 금요일을 맞아 많은 팬이 현장을 찾았다.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중계방송을 접한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기아는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팀이고, NC는 당당히 1위를 질주하던 팀 아닌가.


1회말, 기아타이거즈 공격. 이태양은 가볍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NC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투구였다. 2구째를 맞아 NC 포수 김태군은 몸쪽 공을 요구했다. 이태양 공은 크게 벗어나 왼손 타자 신종길의 엉덩이를 향했다. 신종길은 그렇게 사구(死球)를 맞고 1루로 걸어갔다.


투수는 1회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이태양의 공도 손에서 빠진 것처럼 보였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이태양은 신종길에게 눈인사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2번 타자 강한울은 기습번트를 댔고, 주자를 2루까지 진출시켰다.


1사 주자 2루 상황에서 3번 타자 김주찬, 찬스에 강한 선수다.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제 몫을 하고도 남는 선수다. 이태양 공은 한가운데로 몰렸다. 김주찬은 이태양의 6구를 가볍게 받아쳐 우중간을 뚫는 2루타를 날렸다. 선취점을 올리는 타점을 기록했다.


4번 타자 '필'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주자는 3루까지 달려 2사 주자 3루 상황이 됐다. 5번 타자 김원섭은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김원섭은 이른바 '눈야구'가 되는 선수다. 공을 잘 골라내는 선수니 볼넷은 이상할 게 없었다.


2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이태양은 1루 견제를 시도했다. 공은 1루수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빠졌다. 결국 두 번째 실점. 9연승 신기록을 기대했던 NC 팬들의 기대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6번 타자 김민우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태양은 1회에 공 24개를 던졌다. 안타는 단 한 개를 맞았다. 실책이 겹쳐 2실점을 하고 말았다.


투수가 항상 잘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몸이 덜 풀리는 1회에는 어이없는 공을 던지기도 하고,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하는 게 투수다. 모두 그날의 경기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1년 2개월 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경수)가 공개한 수사결과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태양은 그날 '승부조작'을 실천했다는 게 검찰 발표다. 이태양에게 주어진 '검은 미션'은 1이닝 실점이었다.


이태양은 그날 1회에 2실점을 했다. 미션에 성공한 셈이다. 그날 '승부조작' 대가로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NC 팬들의 9연승 기대는 어떻게 됐을까. NC는 그날 경기에서 기아에 3대13으로 패배해 연승 신기록 행진을 멈추게 됐다. 그날 패전 투수인 이태양은 4이닝 5피안타 5실점(자책점 4점)으로 시즌 첫 패를 당했다.


그날 경기를 찾은 관중들은 그 경기에 감춰진 '비밀'을 알고 있었을까. 전국의 시청자들은 그 경기가 조작된 경기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법조X파일] NC 8연승 날개 꺾은 그 날의 승부조작… 승부조작 혐의 문우람-이태양


이태양의 경기 조작에는 동료 선수인 문우람(현재 국군체육부대 소속)이 관련돼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승부조작 브로커는 스포츠에이전시를 준비하는 야구 팬인 것처럼 위장해서 문우람, 이태양에게 접근했다. 술과 식사를 함께하며 친분을 쌓았다.


주목할 부분은 경기조작을 문우람이 먼저 제안했다는 검찰 발표다. 선수가 강요에 못 이겨 위험한 거래를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다는 발표는 야구 팬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검찰 발표는 확정적인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판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사건은 야구 팬들에게 충격과 분노, 허탈을 안겨줬다.


이태양은 5월29일 경기에서 조작에 성공했고, 이 경기를 통해 승부조작 브로커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1억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를 알고 베팅을 했으니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태양은 5월29일 경기를 포함해 4차례 승부조작에 나선 것으로 검찰은 발표했다.


승부조작 브로커의 검은 유혹은 선수들을 파멸의 길로 몰아넣었다. 더 큰 문제는 '야구가 인생의 절반'이라고 생각하는 야구 팬들에게 깊은 상처와 실망을 안겨줬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일부 선수의 일탈로만 볼 수 있을까. 이태양이나 문우람 이외에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선수는 또 없을까.


검찰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범람하는 현실에서 한탕을 노리는 부정경기행위가 더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단속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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