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49·사법연수원19기)의 진경준 검사장(49·구속) 부실검증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차관급이지만 사정라인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요직인 민정수석이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검찰이 온전히 실체를 규명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처가 부동산 매매 의혹’ 관련 시민단체가 우 수석과 황교안 국무총리(59), 김정주 NXC 회장(48), 서민 전 넥슨코리아 대표(45)를 고발한 사건을 20일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우 수석의 장인이 2008년 자녀들에게 상속한 부동산을 2011년 넥슨코리아가 1300억원대에 사줘 우 수석 처가가 수십억원의 가산세 부담을 덜었고, 이 거래를 진경준 검사장이 주선해 준 의혹이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우 수석은 전날 계약현장 배석 사실을 인정해 당초 ‘처가 부동산 거래에 관여한 적이 없다’던 해명을 이틀 만에 뒤집어 거짓해명 논란을 키웠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보도 내용을 전제로 넥슨이 손실을 감내하고 우 수석 측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배임·뇌물죄에 해당하며, 거래를 주선한 진 검사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실 인사검증에 따른 위법한 공무수행이라고 주장하며 우 수석 등을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튿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부동산 매입 특혜’, ‘정운호 몰래변론’ 의혹 등을 제기해 우 수석이 고소한 언론사들에 대한 수사도 사안의 관련성을 고려해 명예훼손 사건 전담부서인 형사1부(부장 심우정) 대신 조사1부에서 함께 수사하도록 했다. 조사부는 고소·고발 사건 중에서도 내용이 복잡하거나 액수가 큰 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수사 부서다. 주임검사로 이번 사건을 직접 수사하게 된 이진동 부장은 금융수사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에서 금융조사2부장을 지낸 기업자금비리 분야 전문가(2급 공인전문검사)다. 일각에선 심 부장의 동생이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고 있어 수사 주체를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배임 혐의가 고액 재산범죄에 해당해 내규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우병우 수석 체제에서 이뤄진 검찰 고위직 인사검증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정축재 의혹을 받는 우 수석의 대학·검찰 후배 진경준 검사장은 물론이거니와 대검 마약과장·조직범죄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3차장검사 등 근무 경력 대부분을 특수수사 분야로 채운 대학동기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국내정보 및 대공수사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에 앉힌 인사 등이다. 최 차장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 대한 선처를 구하기 위해 홍만표 변호사가 접촉한 인물로도 지목됐다.
다만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실체를 명백히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정수석은 검·경,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고, 법무·검찰 수뇌부를 통해 검찰 인사 및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당장 수사주체가 아닌 부서가 선제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우 수석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한 것도 논란거리다.
정운호 전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 수사를 지휘한 검찰 관계자는 “정운호 전 대표는 우 수석을 변호사로 선임하거나, 통화·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고 한다. 홍만표 변호사도 정 전 대표나 유사수신업체 도나도나 사건을 변호하며 우 수석과 함께 일한 적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 수석이 홍 변호사 및 고교 후배 브로커 이민희씨와 어울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씨는 우 수석과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우 수석이 전날 이씨나 정 전 대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명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참여연대는 20일 논평에서 “제대로 된 검찰 수사 보장을 위해 우 수석을 해임해야 한다”며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각종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정권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우 수석은 즉각 사퇴 결단을 내려야한다”며 “의혹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본인이 억울한 부분 역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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