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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보육 시행 보름째 알바 뛰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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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들 생고생 하소연…고용확인서 검사 형식적, 일부선 가짜 취업도 기승

맞춤형 보육 시행 보름째 알바 뛰는 '엄마들' 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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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 기자] 13개월 된 아들을 둔 김경미(가명·27·여)씨는 최근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계기는 지난달부터 계속된 어린이집 원장의 반 협박성 당부 때문이었다. 아들의 담임교사이자 원장인 박모씨는 "가정 어린이집이라 인원이 적다보니 맞춤반을 하게 되면 내 월급도 안 나온다"며 "고용노동부 취업 패키지로 일을 하면 종일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당 16시간 일을 해야 종일반에 해당된다는 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김씨는 평일 5일 하루 4시간씩 총 20시간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씨는 "아이가 어린이집 간 시간에 공부를 해 재취업을 하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지금 당장은 아르바이트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맞춤형 보육이 시행된 지 보름째,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하루 6시간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맞춤반(긴급 바우처 제외) 대신 종일반(12시간)에 보내려는 것이다. 하루 6시간은 짧다는 것이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 어린이집에선 엄마들이 비용을 더 줄 테니 종일반으로 해달라며 요청하고 있다.


15일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맞춤형 보육 시행을 앞둔 지난 6월 한달 동안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사업인 '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구직 활동 증명서류 발급이 전년보다 129.6%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씨 주변엔 지인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처럼 이름만 올려놓은 엄마들도 많다. 종일반 보육 수급 자격을 인정해주는 주민센터 등에서 형식적으로 고용(근로) 확인서만 검사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김씨는 "도장을 받아 가면 아예 전화를 안 하고, 사인이 돼 있으면 점장과 전화 한 통이면 바로 승인이 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에서도 사실상 종일반을 종용하는 분위기다. 맞춤반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보육 시간이다. 전후로 1시간 정도는 부모가 원할 경우 시간을 앞당기거나 늦춰 등원시킬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일일이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보육교사의 추가 근무시간도 늘어나고 시간마다 아이들의 스케줄이 다르게 움직이다보면 아이에게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떤 아이는 낮잠 잘 시간인데 누구는 하원할 시간이고 또 다른 아이는 간식 먹어야 할 때라면 보육교사가 어떻게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겠냐"며 "맞춤반 시간을 통일하다보니 차라리 언제든 데려올 수 있는 종일반이 낫다는 인식이 엄마들 사이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린이총연합회는 회원들에게 최대한 법에 맞게 맞춤형 보육을 시행해보자는 공문을 보냈다. 연합회 관계자는 "금액적인 부분보다는 실제 운영상의 시간문제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미 시행된 법을 철회할 수는 없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육교사들은 국회에서 개별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문순정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비대위원장은 "어린이집에 계속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며 "사실상 협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정부가 예산을 삭감하면서 맞춤형 보육을 하면 종일형이 더 많아 어린이집 예산이 충분할 것이라고 하는데 모든 어린이집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맞춤형 100%는 적자를 감당하라는 말로 들린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불만이 지속되자 맞춤형 보육 홈페이지에 지난 13일부터 현재 0~2세반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맞춤형 보육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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