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에게 종합적 취업지원 서비스 제공 '새일센터' 이용 급증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정보산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서 경리로 10년 간 일했던 장모씨(여·44)는 결혼 후 육아 문제로 회사로 그만둔 후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16년 만에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지인의 소개로 방문하게 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에서 기존 경력 덕분으로 2개월만에 전산 세무 교육을 이수하고 전산 회계 1·2급 자격증까지 딸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면접이었다. 십수년만에 누군가의 앞에서 자신을 소개한다고 생각하니 창피하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 장씨 옆엔 새일센터의 '취업설계사'가 있었다. 장씨는 취업설계사와 함께 3개월에 걸쳐 현장 면접을 실습했다. 취업설계사의 동행 아래 면접을 봤고 J세무법인에 회계사무원으로 취업할 수 있었다. 장씨는 "경제적 안정감과 자존감이 상승했고 자기 관리나 자기개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다"며 "고민만 하면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통해 다시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미국 현지에서 '테크니컬 디자인'으로 패션계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였던 김모씨(여·50)는 개인적 사정으로 3년 전 귀국했으나 나이가 많고 고학력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오픈마켓에 관심을 갖게 된 김씨는 성남새일센터의 '오픈마켓 파워셀러 양성과정'에 참여했다. 오픈마켓 사업자로서 판매 물품 등록 방법이나 상품 소개 작성법, 포토샵을 이용한 사진편집 등 창업에 필요한 과정들을 들을 수 있었다. 김씨는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제가 실버용품전문 오픈마켓을 개설해 창업에 성공했다"며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설레고, 앞으로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여성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가 확충되고 이와 더불어 700여개의 직업훈련이 실시되면서 여성고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새일센터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대상으로 직업 상담, 구인·구직 관리부터 직업 교육 훈련, 인턴십, 취업 연계, 취업 후 사후 관리까지 종합적인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준다. 5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고용률은 55.7%를 기록했다. 2012년에 비해 2.2%포인트 상승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종합적인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일센터의 수도 늘고 있다. 2009년 첫 문을 연 새일센터는 현재 147개까지 늘어났다. 이곳에선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경제 활동을 위해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교육훈련과 취업 지원 등을 한다. 이곳을 통해 취업한 건수는 2012년 12만2610건에서 지난해 14만40건으로 14.2% 증가했다.
이곳에선 단순 업무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정보기술(IT) 분야 등 고부가가치 직종의 전문기술직업교육훈련이나 기업 맞춤형 훈련까지 받을 수 있다. 전문기술 과정은 슈즈디자이너, 3D프린팅 설계모델링, 국제통상전문가 양성 등이 있으며 기업맞춤형은 스크래치코딩 전문가 과정, 세무사무원 과정, 주택행정관리 실무원 등 매우 다양하다. 지난해 경력단절 여성 직업 훈련 과정 총 779개에 1만6689명이 참여해 1만5569명이 수료했다. 상반기 수료자 3864명 중 70%가 취업에 성공했다. 수료생 취업률은 2012년 61.1%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최근 새일센터에선 창업에 대한 지원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새일센터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 창업 교육을 공동으로 기획해 운영하며 창업 인큐베이팅 및 컨설팅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청과 협력해 창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 여성에겐 창업 연구 개발 자금을 연간 100억원 규모로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취업 상담 서비스도 확대됐다. 직접 센터 방문이 어려운 여성들을 위한 것이다. 진로상담부터 경력개발을 위한 코칭 교육, 이력서 및 면접 컨설팅 등을 일대일 온라인으로 상담이 가능하다. 8개 시·도에서만 가능하던 서비스는 올해 전국 17개 시·도로 늘어났다.
만약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완전히 사라질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28조달러 더 많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결과는 현재 전 세계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보다 보수가 낮거나 일부 여성의 경우 보수를 받지 못하고 생산성이 낮은 직군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경제적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과제는 생산성이 높은 일자리로 여성을 끌어오고 관리자급 이상 여성 인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배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 조사 결과 관리직급 여성 비율은 11%로 2000년 7.8%에 비해 개선된 것이지만 조사대상 126개국 중 115위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관리자급 여성비율이 낮은 국가는 시리아, 아랍에미레이트, 이집트,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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