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파가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파가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도 장악함에 따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 인생 최대 목표로 삼았던 평화헌법 개헌에 착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개헌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향후 일본 사회가 개헌 문제를 두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의원 전체 의석 242석 중 절반인 121석을 대상으로 투표가 이뤄진 이날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를 위해 개헌파에 필요한 의석 수는 78석이었다. 교체 대상이 아닌 121석 중 개헌을 찬성하는 4개 정당은 84석을 확보하고 있었다.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각각 65석과 11석을, 그리고 야당 중 개헌을 지지하는 오사카 유신회가 5석,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이 3석을 확보하고 있었다.
NHK는 이날 오후 8시 투표 마감과 동시에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 4개 개헌파 정당의 예상 의석수가 75∼85석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개헌 발의를 위한 매직넘버인 78석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AP통신은 일본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며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다시 한번 강하게 밀어붙이고 전후 평화헌법을 개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AP는 의회에서 개헌안이 발의후 통과되더라도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통한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며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평화를 바라는 여론이 높다는 점이 변수라고 전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음악가 게이노 유리코씨는 AP와 인터뷰에서 "개헌은 매우 위험하다"며 "다른 나라와 일본 간의 전쟁을 유발할 수 있고 일본을 자유가 없는 나라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이노씨는 "평화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고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최근 테러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국의 군사적 활동 확대 등으로 아베의 개헌 주장에 동의하는 일본인들도 다수 있다고 AP는 전했다. AP는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는 아베 연정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 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였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가 참의원에서도 출구조사 결과대로 개헌선을 확보하게 될 경우 향후 일본 정치권은 개헌 정국으로 급속히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 찬반을 두고 일본의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간 사회적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유세 과정에서 논란을 의식해 개헌 문제 대신 아베노믹스를 강조하는데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최종 목표인 개헌 문제를 숨기고 경제 살리기를 강조한 선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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