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우리나라 건물 가운데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경우가 극히 적은 수준임에도 관련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의 가입률이 미미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최창희 연구위원은 10일 '울산 지진과 국내 지진 리스크 관리 현황 진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내진 설계 기준을 1980년대에야 도입하기 시작해 적용된 건물의 비중이 작다"며 "전체 건축물 중 6.8%, 서울시 건축물 중 26%에만 적용됐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울산 해역에서 역대 5위 수준인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국내에서도 지진이 빈발하면서 한반도도 대규모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이 대부분인데, 게다가 이런 건물에 대해 지진이나 붕괴 피해를 담보하는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제도도 없는 실정이다.
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판매 실적도 저조하다.
지진담보를 포함하는 정책성 보험인 풍수해보험은 2014년 기준으로 계약 건수가 1만2036건, 보험료는 115억6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민간보험사가 화재보험에 제공하는 지진담보특약의 경우 같은 해 계약 건수 2187건, 보험료 8400만원으로 가입률은 0.14%에 불과하다.
최 연구위원은 "지진 및 붕괴 리스크가 큰 건물에서 지진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진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터키, 일본 등의 사례를 참조해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위원은 "민간보험사가 모집·손해사정·보험금 지급 등의 업무를 하고 정부는 국가 재보험을 제공하는 형태가 적절하다"며 "지진이 발생했을 때 큰 피해가 예상되는 내진 설계 미적용 건물, 노후건물에 대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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