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판매량 1년만에 11배 키웠던 스타CEO
배출가스 조작혐의 인정땐 비운의 경영자로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마케팅의 귀재' '수입차 1세대' '영업통'.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자동차 인생 30여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폭스바겐과 맺은 인연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인연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박 사장은 8일 오후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피의자' 신분인 그는 폭스바겐이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배출가스와 연비, 소음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참고인 신분으로 처음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일부 혐의에 대해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법인 설립 당시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2013년까지 근무했다.
박 사장은 1989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 부장을 맡으며 자동차 업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01년 아우디ㆍ폭스바겐 공식 수입 판매업체인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을 거쳐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맡아 1년 만에 판매량을 11배 이상 성장시켰다.
폭스바겐 골프와 티구안, 파사트, 폴로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적인 브랜드로 도약시켰다. 국내 판매 중인 독일차 중 처음으로 2000만원대 모델을 내놓으면서 '수입차 대중화'도 견인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코리아가 새로운 차를 국내에 선보일 때마다 '어떻게 저 모델을 이렇게 낮은 가격에 국내에 수입해 팔 수 있을까'라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13년 9월 돌연 폭스바겐코리아 CEO에서 물러나 르노삼성의 영업본부를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 판매 꼴찌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지난 3월 SM6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이때도 그는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SM6는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그룹에서 개발한 탈리스만을 한국형으로 개선한 모델이다. 그는 본사와 협의해 SM6의 국내 도입을 주도했고 판매가격도 낮췄다. 준대형차인 SM7과 중형차인 SM5의 중간급이지만 중형차 가격대를 승부수를 띄웠고 영업망도 확대했다.
그의 전략은 주효했다. SM6는 출시 첫달 2만대 계약을 달성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4월 2000년 르노삼성이 설립된 이후 첫 한국인 CEO로 취임했다. SM6는 지난달까지 내수판매 2만7211대를 기록해 르노삼성 상반기 전체 내수의 57.9%를 차지하면서 주력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오는 9월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5의 후속모델인 QM6 신차 출시도 예정돼 있어서 그가 올해 목표로 내세운 '국내 판매 10만대, 업계 3위 도약'에 한발 가까워졌다. 하지만 결국 폭스바겐 사태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의 아이콘 중 한명인 박 사장이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씁쓸해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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