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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너무 잘 걷힌 세금, 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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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지난해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세금은 정부의 예상을 크게 넘는 수준으로 걷혔다. 자산시장의 호조, 조세행정 강화 등으로 세수가 크게 늘었지만 구조적인 세수 증가가 아닌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정부는 재정 운용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15회계연도 총수입 결산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217조9000억원으로 2014년 205조5000억원에 비해 12조4000억원(6%) 많이 걷혔다. 이는 지난해 경상성장률 4.9%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낮은 성장세를 기록한데다, 전년 동기 대비 원화기준 통관수출이 전년에 비해 1.2% 감소(달러 기준 8% 감소)하는 등 수출 역시 부진 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세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세수입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가장 큰 요인으로 예정처는 자산시장의 호조를 꼽았다. 지난해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에 비해 18.8%(100만5000호→119만4000호) 늘어났을 뿐 아니라 주식거래대금 역시 45.7%(1645조원→2397조원) 늘어나는 등 호조를 보임에 따라 양도소득세(3조8000억원)와 증권거래세수(1조5000억원)가 각각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자산시장의 호조에 대해 예정처는 "2015년 중 유동성 증가율은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며 "성장세가 저조한 가운데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 가계대출 완화 등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성장 전망이 어두워짐에 따라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담뱃값 인상의 효과도 컸다. 당초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2조8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예상했지만, 실제 걷힌 세금은 3조6000억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정부가 밝혔던 금연 효과는 크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 올해 1∼3월 담배반출량이 담뱃값 인상 이전 시점의 90%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소득세 최고세율구간을 하향전환하는 소득세법 개정(1조315억원), 법인세 비과세ㆍ감면 혜택 축소(5182억원) 효과도 세수 증대에 기여했다. 조세당국의 징세행정 강화도 세수 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예정처는 조세당국의 징세행정 강화에 대해 "경기적 요인으로 세입여건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과대편성된 세입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징세행정이 경기위축의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성이 있으며, 국세불복에 따른 조세쟁송 증가 등 사회적 비용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행정소송 건수는 2011년 1만7847건에서 지난해 3만4123건으로 4년 사이에 두 배 가량 늘었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의 경우 세금이 '너무 잘 걷혀'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에 부가기체와 관세의 환급액은 이전 3년 평균에 비해 각각 1조1000억원, 772억원 늘었다. 환급은 정부가 납세자가 납부한 세금 가운데 잘못 걷힌 세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환급액은 올해 초 등에 지급해도 되지만 정부가 환급을 서둘러 세입을 낮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올해 세입에 여유가 생긴 것도 정부가 지난해 환급을 서두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예정처는 "과세당국이 세수실적의 완급조정을 위해 조기환급을 독려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세금이 이처럼 지난해 잘 걷혔지만, 이같은 현실은 오히려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늘어난 세수만 믿고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기가 나빠져도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성장률 하강국면인데 단순히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로 재정을 꾸릴 경우에는 자산 시장 호조 이후의 재정운용에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정처 관계자는 "자산시장 호황 뒤에 따르기 쉬운 전반적 경기 하강국면에 대비하여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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