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침소봉대(針小棒大)'. 바늘만 한 것을 몽둥이만 하다고 말한다는 뜻이다.
작은 일을 크게 과장해 말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딱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다.
거래소는 '2016년 아시아 증시의 외국인 매매동향'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지난해 말 아시아 증시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외국인 투자자가 올해 상반기 다시 매수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자료를 들여다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아시아 증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 일본 증시의 외국인 매매동향이 빠진 것이다.
이 자료의 제목인 2016년 아시아 증시의 외국인 매매동향이 무색하다. 이는 아시아 증시가 아닌 아시아 신흥 증시의 외국인 매매동향인 셈이다.
거래소 측 해명은 이렇다. "중국은 비개방시장이라서 블룸버그 단말기에 외국인 순매수 현황이 안 잡혀서 집계를 못했다. 일본은 일별로 집계를 안 하고 주 단위로 집계를 하는데 사실 자료에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투표 이후 일별로 외국인 순매수 추이를 나타낸 것이어서 따로 포함 안 시킨 거다. 특별히 뺀 이유는 없다."
그러나 거래소가 이 자료를 발표한 시점이 묘하다. 당초 거래소는 지난달 24일 이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당시는 브렉시트 결정 충격으로 한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출렁일 때였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 러시에 나설 때였다. 브렉시트 결정 충격으로 이날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외국인이 148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거래소는 돌연 자료 발표를 취소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주식을 1482억원어치나 팔아 치운 시점에 외국인들이 '사자'로 돌아섰다는 자료를 차마 낼 용기가 없었던 탓이다.
그리고 증시가 이후 안정을 찾자 일주일여 만에 다시 이 자료를 냈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다시 매수에 나섰다는 것을 빨리 알리고 싶어서다.
하지만 이 자료로 거래소는 신뢰성을 잃었다. 앞으로 거래소가 발표하는 자료를 믿고 인용할 수가 있을까.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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