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늘어난 수요로 공급 물량 부족…소매상 사재기 방지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LG생활건강이 외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특정 품목의 구매수량을 제한하는 이른바 '동경(憧憬)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부족한데다가, 일부 중간 소매상들의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5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말부터 자사 브랜드 '숨37도'의 일부 품목에 대한 외국인관광객들의 면세점 구매를 최대 3개 까지만 가능하도록 했다. 구매 제한 제품은 '로시크 테라피 3종' '워터풀 3종' '타임에너지 3종' '화이트 어워드 2종' '플로리스 3종' '시크릿 페어 3종' 등 총 6개 품목이다.
해당 제품은 그간 상품별로 총 10개, 브랜드(숨) 기준으로 최대 20개까지 주문이 가능했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8일부터 6개 품목에 대한 구매 제한을 10개에서 3개로 대폭 줄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수요가 늘던 숨의 일부 제품이 최근 인기가 많아지면서, 내부적으로 물량 부족 현상이 있었다"면서 "판매량이 기존의 캐파(생산량)를 넘어서면서 부득이하게 수량을 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업계에서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수량을 제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LG생활건강의 '후', '빌리프' 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외국인관광객, 특히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브랜드들은 일부 품목을 제한해왔다. 물량 확보 뿐 아니라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소매상인(보따리상)의 사재기를 막고, 심리적으로 해당 제품과 브랜드를 동경하게 만드는 심리 효과를 노린 복안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면세점 지점별 전체 매출 상위 브랜드를 보면 후, 설화수는 물론 이니스프리, 헤라, 잇츠스킨, 메디힐, 라네즈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다수 포진해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 매장인 소공점에서 후는 1309억원, 설화수는 921억원어치파 팔렸다. 헤라와 라네즈도 각각 503억원, 29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내에 대형 면세점이 급격히 늘어나고,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되면서 화장품 매출도 기대 이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대기업 계열 브랜드는 '고급' 이미지를 강화하고, 수급을 통제하기 위해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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