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30개 넘는 신제품 쏟아졌지만…
점유율 미미하거나 기존 제품 판매량 넘지 못하기도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서모(60)씨는 최근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있다는 '바나나 막걸리'를 처음 접했다. 달달한 맛에 특히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맛이 궁금하던 차였다. 그러나 서씨와 동창들은 '구관이 명관'이라고 결론을 냈다. 서씨는 "막걸리는 구수하고 텁텁한 맛에 먹는데 부침개 등 전과 함께 먹을 때는 단 술보다는 매번 먹던 쌀막걸리가 더 낫다"고 말했다.
올초부터 식품ㆍ외식업계가 '익숙한 단 맛'을 앞세워 바나나맛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지만 모든 바나나맛 제품들이 곧바로 매출 '대박'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바나나 열풍으로 최근 3개월동안 30개가 넘는 바나나맛 제품이 나왔지만 일부 제품은 즉각적인 매출 효과보다는 '새로운 시도'라는 상징성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막걸리의 경우 바나나맛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기존 쌀막걸리 위주의 판세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에서는 쌀막걸리가 9병 팔릴 때 바나나막걸리는 1병 팔리고 있다. 국순당이 출시한 '쌀바나나' 막걸리는 출시 두 달만인 지난 5월 기준 200만병이 팔렸다. 막걸리 시장이 2~3년새 반토막 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주류업계는 바나나막걸리를 계기로 과일맛 리큐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점유율로 따졌을 때는 미미하다. 막걸리 점유율 중에서 쌀막걸리 비중은 87.8%, 바나나막걸리는 12.2%에 그쳤다.
올해 바나나열풍의 시초를 알린 '바나나맛 파이' 제품 중에서도 일부는 '오리지널보다 못한' 매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오리온이 1974년 초코파이 출시 이후 42년만에 처음으로 자매제품 '초코파이 바나나'를 내놓으면서 이후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도 잇달아 바나나맛 파이제품을 내놨다. 초코파이 바나나가 출시 한 달 만 에 매출이 15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월매출을 올리면서 '품귀현상'까지 일어나자 부랴부랴 경쟁사에서도 후속 제품들을 내놓은 것. 현재 편의점 CU에서 초코파이 바나나는 매출 구성비가 56.3%로 오리지널 초코파이(43.7%)보다 높다. 롯데제과의 몽쉘도 바나나맛 제품은 56.5%이고 오리지널은 43.5%다. 그러나 해태제과의 오예스 바나나맛 제품은 기존 오리지널의 판매량을 뛰어넘진 못하고 있다. 오리지널의 매출 구성비는 54.1%로 절반을 넘지만 새로 나온 바나나맛 제품은 45.9%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바나나맛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 수요에 맞게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다.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식음료 업체로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바나나맛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SPC그룹의 경우, 삼립식품이 출시한 바나나 관련제품 11종은 이달 기준 일평균 100만개가 판매되고 있다. 이를 시간당 판매량으로 나눠보면 바나나제품만 1초당 11.57개씩 팔려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까지 집계했을 때 총 3100만개가 판매됐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내놓은 바나나크림 신제품은 기존 신제품 대비 약 35% 높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으며 엔제리너스커피에서는 사과스무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0% 신장할 때, 같은 시기 내놓은 바나나스무디 판매는 11.3% 신장했다. 스타벅스에서도 망고 바나나 블렌디드가 과일 블렌디드 음료 6종 중 판매 1위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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