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돈 받고 검찰 수사책임자 접촉…"싸늘하게 거절", 실패한 로비로 결론낸 檢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구속)가 3억원의 로비자금을 받고 수사 책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실패한 로비'로 결론을 짓고, 논란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법조인의 메카 서초동이 법관(法官), 검사(檢事), 변호사(辯護士) 인연을 토대로 한 '법조 스캔들'로 홍역을 앓고 있다. 기업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 구명 로비 실상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고구마 줄거리가 이어지듯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법관 출신 최유정 변호사(46·구속)가 중심인물로 부각됐지만, 최근에는 홍 변호사가 의혹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양상이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 구명을 위한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일 구속 기소됐다.
홍 변호사는 '정운호 수사'가 진행될 무렵인 지난해 8월과 9월, 서울중앙지검 최윤수 제3차장(현 국가정보원 2차장)을 두 차례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억대의 금품을 받고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가 선처해 달라는 말을 꺼냈지만, 3차장에게 싸늘하게 거절당했다"면서 "선처 주장에 대해 엄정수사 방침을 밝힌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실패한 로비'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이 정 대표 구형량을 6개월 줄여준 의혹 등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패한 로비'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20일 핵심 브로커 중 한 명인 이동찬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최 변호사와 함께 판·검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았다. 이씨는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검찰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의혹은 고스란히 남았다. 법원과 검찰 모두 자신들을 둘러싼 로비 의혹을 서둘러 차단하는 데 치중하는 모습이다.
대법원과 대검찰청은 각각 '몰래 변론' 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과 검찰 외부에서 변호사와 만나 사건 관련 대화를 나누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직 검사 수사정보 제공 의혹도 홍 변호사와 L검사, 법조브로커 이민희씨의 고등학교 동문 관계가 논란의 불씨가 됐던 사건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은 서울의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학연'으로 얽혀 있는 관계다. 또 사법연수원 동기 등 각종 인연에 따라 관계를 맺고 있다.
이광철 변호사는 "실패한 로비라면 수십억원의 돈을 준 사람은 바보라는 얘기인가. 사업을 하는 사람이 그 많은 돈을 그냥 주겠느냐"면서 "국민이 위임한 사법권을 전관(前官)과 현관(現官)이 사유화한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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