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주부 김미경(40)씨는 3개월 전 "수익률이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가입하는 베스트 펀드"라는 은행직원의 권유에 따라 한 펀드에 가입했다. 하지만 김씨가 펀드에 가입한 지 한 달 만에 펀드 수익률은 -5%로 고꾸라졌고 지금은 -10%까지 떨어졌다.
수익률이 가장 좋다는 말을 듣고 가입했는데 막상 가입하고 나면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주요 4개 운용사의 '대표펀드'를 하나씩 골라 2013년부터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분기별 수익률과 설정액을 분석한 결과, 펀드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면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의 경우 분기별 수익률(분기 초 대비 분기 말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때는 2013년 1분기로 9.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분기 말 설정액은 6959억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3분기에는 수익률이 -5.9%로 가장 저조했다. 3분기 말 설정액은 1조6000억원이었다. 펀드 수익률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자금이 몰렸지만 펀드 수익률은 투자자들을 '배신'한 셈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펀드'는 2014년 3분기 수익률이 14.77%를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펀드 설정액은 당시 759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돈이 몰리면서 1분기 말 현재 1조6000억원이 넘는 '공룡펀드'가 됐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수익률은 -9%로 '덩치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펀드'도 자금이 빠져 나가자 수익률이 올랐다. 펀드 규모가 2조5000억원을 돌파했던 2014년 1분기 수익률은 1.57%에 불과했다. 자금이 1조원 이상 빠져나가 설정액이 1조4934억원으로 줄어든 지난해 2분기 수익률은 11.55%를 기록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돈이 급격하게 많이 들어올 경우 무리하게 주식 매입을 해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매니저들도 있다"면서 "자금이 많이 들어온 펀드의 경우 환매 시에도 물량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환매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펀드 내 종목을 대거 처분해야 할 수 있어 충격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펀드 사이즈와 수익률에 큰 상관관계가 없는 펀드도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펀드'는 펀드규모가 9600억원을 돌파한 지난해 1분기 수익률이 13.37%를 기록해, 분석 기간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 펀드 설정액이 5513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작았던 2013년 4분기에는 1.7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공모형 펀드는 환매를 신청할 경우 4일 안에 보유자산을 매각해 돈을 내줘야 하다 보니 대형펀드는 유동성이 없는 종목은 투자하지 못하고 중대형주 위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면서 "포트폴리오에 어떤 기업을 갖고 있느냐가 수익률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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