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인수합병 계약 중단 및 무산
지배구조 개선 위해 추진한 호텔롯데 상장 무기한 연기
하반기 경영활동도 차질 불가피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 나흘 만에 롯데그룹의 경영시계가 멈췄다. 추진해온 수조원대 인수합병(M&A) 계약은 중단하거나 무산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한 호텔롯데 상장도 무기한 연기됐다. 하반기 경영활동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 그룹은 올해 초부터 추진한 미국과 프랑스 지역의 호텔 인수작업과 해외 면세점 인수작업을 모두 중단했다. 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무너진데다 계열사 대표가 출국금지 조치되면서 협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롯데제과가 추진하던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도 중단한 상태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10일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82만6006주(4.52%)를 319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롯데제과를 포함한 8개 롯데 계열사는 본격적으로 물류회사 현대로지스틱 인수에 나섰다.
롯데 계열사가 콜옵션 행사를 통해 현재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작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10일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호텔롯데 상장을 앞두고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면세점의 M&A와 해외진출에 2조원 정도를 우선 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일본에서 개최된 기업설명회에서도 “국내외 경기침체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롯데의 사업영역은 멈추지 않고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롯데그룹의 성장동력 확보는 당분간 '일시 정시'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뿐만 아니라 주요 현안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안에 완공 목표였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잭임자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구속된데다가 강도 높은 검찰 수사로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계열사들의 신규 점포 개설 작업과 롯데가 투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대형사업도 중단 위기에 처했다.
호텔롯데 상장도 기약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에탄분해·에틸렌글리콜 합작사업 기공식 현장에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서는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연말 정도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안에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수사로 사무실 내 유무선 커뮤니케이션이 차단되고 전산, 물류 등 각 계열사의 사업 흐름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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