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아시아경제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정리=나주석 기자]취임한지 한 달을 갓 넘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새로운 리더십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계파'를 자처하는 우 원내대표 취임 이후 전당대회, 혁신안 수정, 원구성 협상 등 현안을 앞뒀음에도 당내 고질병으로 꼽혀왔던 계파갈등은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다. 물 밑에서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당 통합에 앞장서는 그의 모습에 정치권은 대부분 호평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우선적인 '통합'노선 보다 내년 대선에서 3자 구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달 간 가장 보람된 일로 당내 갈등이 수면 밑으로 내려간 것을 언급했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에 나와 밝힌 것처럼 당내 싸움을 없앴다"면서 "한 달 동안 친노, 비노 기사 안 나온 게 최근 8년간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국회의장 선출방식, 사무총장제 부활 등 현안이 산적했지만 논란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관리됐고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는 "(그동안) 원내대표가 자신들이 편이 아니면 상대방 계파 소속 원내대표는 무조건 뭐라도 꼬투리를 잡아 흔들었다"면서 "저같이 무계파가 되어야 싸움이 사라진다. 저는 건드려봤지 친노가 타격받는 것도 아니고 비노가 타격을 받는 것도 아니니 흔들어야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견제논리로 운영됐던 당대표와 원내대표, 각 계파간 역학관계에 대한 답은 '무계파'가 답일 수 있다는 지론이다. 그는 "(더민주는 그동안) 선거 때 지지율이 최고점이고 선거가 끝나면 떨어지는데 선거가 끝난 뒤에 얻은 당 득표율보다 지지율이 더 올라갔다"며 "국민들이 당에 바람을 갖게 된 것 같아서 보람차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1년 반 남은 내년 대선과 관련해 당의 체질 개선을 이루는 한편 3자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이 그동안 통합에는 능했는데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서 당명을 바꾸고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은 잘 못했다"면서 "통합이 혁신을 많이 가로 막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이 처음으로 통합을 안 하고 치렀는데 훨씬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부여했다.
그는 "후보 단일화 프레임에 자꾸 끼어들어가는 것도 싫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더민주 스스로 유능해지고 실력이 갖춰 국민들에게 인정 받는다면 대선 후보가 4∼5명 나온다고 해도 더민주 후보에게 표를 줄텐데 뭐가 문제겠냐"면서 "그런 자세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못 나오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냐"면서 "그것을 인정하고 그 분과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고 마음을 먹고 3자 구도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잘 짜야지,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에 기대서 남의 당 대통령 후보에게 나오라 나오지 말라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우리가 잘하면 된다'는게 그의 대선 승리론이다.
희망하는 대통령 후보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집권해주는 사람이라면 다 좋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총선 이후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해서 마치 우리가 집권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건 절대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이번에 123석을 얻었는데, 지난 선거에서는 127석을 얻었다"면서 "실질적으로 이긴 게 아니라 새누리당이 패배한 것"이라고 냉철하게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이겼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되고 진짜로 겸허하게 하나하나 바꿔 나가면서 어느 순간 제법 우리가 이만큼 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가야한다"며 남은 대선까지 당이 체질 변화를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 원내대표가 생각하는 당의 개혁방향은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당의 모습을 바꾸는데 있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싫어하는 모습들을 고쳐야겠다"며 "내부다툼, 말이 앞서고 실천은 없는 것, 현장성 약한 것, 당원과 지지층 소중하게 생각할 줄 모르는 것 등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변화의 동력을 외부가 아닌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혁신위를 만들어서 혁신, 혁신 하는 것을 별로 믿지 않는다"면서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지, 외부 인사들 들여서 혁신하는 척만 하면 실제 (정치인은) 안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 체질이 바뀌면 지지율도 오르면서 자신이 즐겁게 되어야 한다"면서 "혁신 과정에 어려운 점이 많지만 국민들 시선도 의식하면서 하면 고된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20대 국회를 준비하면서 ▲가계부채 ▲사교육 ▲청년 일자리 ▲서민 주거 등 4대 TF를 꾸렸다. 이같은 TF는 더민주의 현장 정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소속 의원들의 참여 동기를 돋우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부의장, 전대협동우회 회장을 지낸 우 원내대표는 누가 뭐래도 대표적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는 명분론에 집착했던 이전 당의 행보과 다른 선택을 예고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같은 이유에 대해 "제 체질이 원래 그렇다"면서 "학생회장에 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폭력시위를 없앴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6월항쟁에 대해 폭력적인 시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평화적 연좌시위를 한 것"이라며 "6월 항쟁에서 폭력이 동반된 시위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시위 현장에서 화염병과 각목을 없앴을 당시) 학내 운동권 정통파는 제 노선에 반발하고 '이불 속에서 자주민주통일을 위치는 총학생회장은 물러가라'고 비난했었다"면서 "(6월항쟁 당시) 우리들이 주최한 행사에는 시민들도 참석하고 최루탄이 터져도 흩어졌다가도 다시 모여서 평화시위를 했다"고 회고했다. 우 원내대표는 "소수의 무장된 200명보다 평화롭게 앉아 있는 2000명이 훨씬 더 전두환 정권에게 타격을 줬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당시를 술회하면서 "뭔가 판에 박힌 것, 기존의 관성 문법에 빠진 것보다는 다수의 대중이 원하는 방식을 선호했다"며 "가치 지향에 대해서는 같지만 방법에 있어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한달 동안 그가 비타협적으로 싸운 것은 '당이 갖고 있는 낡은 방식'이었던 셈이다.
한편 우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남 탓하는 사람치고 잘되는 사람을 못봤다"면서 "문제는 항상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스스로 어떤 문제가 없는지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는 열심히 하는데 저쪽(야당) 때문에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이 나라 한 발도 앞으로 못 나간다"면서 "집권 세력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는 잊지 말고, 고의성이 없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늘 괴로워해야 남은 임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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