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교육부에 보고해야 할 사안이 아니었다."
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사건이 2주가 지난 뒤에야 알려지며 늑장대응 논란이 일자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전남교육청 부교육감은 이렇게 해명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우선은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둬야 했고, 학교 수업시간이 아닌 일과 후에 발생한 일이어서 교육부에 보고할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현행법상 교원의 지위나 교육 활동과 관련해 발생한 중대 사건·사고에 대해 해당 시·도교육감이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교원의 안위와 직결된 사안인데다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교육청의 대처는 너무나 나태했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지금과 같은 국민적 공분이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그저 저 멀리 섬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 하나로 처리됐을지 모르고, 국민들은 지금도 전국 산간벽지에서만 6500명이 넘는 교원들이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깨우느라 열악한 환경을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터이다.
전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신안군의 섬마을을 찾아 학교 관사의 현황과 교원들의 고충을 들었지만 이 또한 한발 뒤늦은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서벽지 학교 관사의 안전·보안문제는 그동안에도 누차 제기돼 왔지만 교육청들마다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교육부가 다음주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여교사가 근무하는 관사에 우선적으로 폐쇄회로TV(CCTV)와 비상벨을 설치하고, 이들 지역에 여교사의 신규 발령을 자제한다는 등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여교사가 안전하지 못한 곳이 남교사인들 안심이 될지, 2년째 신규 초등교사 선발이 미달이었던 전남 지역의 학생들은 과연 누구에게 교육을 받아야 하나.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교사가 참혹한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교단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한가지 더,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교사라는 점 때문에 교육부가 뭇매를 맞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제 사법부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교사에 대한 존중은커녕 온국민이 분노할 인면수심의 범죄에는 반드시 납득할 만한 대가가 따라야 할 것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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