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꿀이죽'으로 허기 달래던 시절 '고마운 선물'
전중윤 고 명예회장의 노력으로 국내에 소개
120여 개국에 수출되는 음식 한류의 초석 마련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배고팠던 1960년대 한류를 주도하는 한류식품으로 성장한 라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라면은 한국전쟁 이후 식량부족에 허덕이던 60년대 한그릇에 5원하던 '꿀꿀이죽'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던 국민들의 구호식품이자 고마운 선물이었다.
우리나라에 라면이 등장한 것은 1963년이다. 삼양식품이 일본에서 제조기술을 도입하며 한국 라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선구자는 전중윤 고(故) 삼양식품 명예회장이다. 전 고 명예회장은 국민들이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서있는 광경을 보고 무엇보다 식량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전 회장은 과거 일본을 방문했을 때 라면을 시식했던 기억을 더듬어 라면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 관련 부처를 설득해 어렵게 5만불을 배당받아 일본의 묘조(明星)식품과 접촉했다. 그러나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묘조식품은 기계 도입은 흔쾌히 도와줬으나 라면 맛을 내는 노하우는 전수하기를 꺼렸던 것이다. 전 고 명예회장은 낙담하지 않고 한 달간 묘조식품 현지공장에 머물며 현장실습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아내지 못한 건 라면 수프 배합비율이었다.
실급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묘조식품 사장이 전 고 명예회장의 정성에 감명을 받아 직접 배합비율 등 노하우를 가르쳐줬다.
이렇게 해서 1963년 9월15일 전 고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선보였다. 당시 가격은 100g, 10원이었다.
하지만 '밥심'으로 버텨왔던 국민들의 식습관이 하루아침에 밀가루로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꾸준한 노력으로 면발과 국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1965년 정부의 식략 위기 해결을 위한 혼분식 장려 정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에 삼양라면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고 롯데라면, 풍년식품, 신한제분, 스타라면 등 라면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삼양식품이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했고 1969년 삼양과 농심만이 살아남게 된다.
이후 칼국수, 최초의 인스턴트 냉면 '삼양냉면', '삼양쇠고기면' 등 제품 다양화를 시도한 삼양은 1972년 3월 업계 최초로 끓인 물만 부으면 3분후에 바로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출시해 라면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1960년대 월남전에 파병된 국군장병들에게 공급됐고 1970년대에는 일본과 동남아를 비롯 미국에까지 수출하게 됐다.
삼양식품의 1969~1980년까지의 총 수출액은 784만 3749달러, 국가별로는 베트남이 약 272만 달러, 미국이 267만 달러, 동남아·중동지역이 51만 달러, 기타 지역이 120만 달러로, 달러가 귀하던 시절 외화벌이를 통한 국부 창출에도 기여했다.
삼양라면의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삼양식품은 1989년 '공업용우지'를 사용했다는 오해를 받는 '우지사건'에 휘말렸다. 삼양식품은 7년9개월간의 법정공방을 통해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을 받아냈지만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시장점유율이 15%까지 떨어지는 등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
이후 판매량 회복에 주력한 삼양식품은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이라는 정체성과 품질로 국내는 물론 다양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들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전 고 명예회장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탄생한 삼양라면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국민식품'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국내 시장 규모 2조원,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수출되는 음식 한류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대한민국1호]국민 배고픔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삼양라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6060623093143484_1.jpg)
![[대한민국1호]국민 배고픔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삼양라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6060623093143484_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