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신태용호가 덴마크와 아쉽게 비겼다. 수비는 막판 집중력이 아쉬웠고 공격은 그런대로 가능성을 봤다. 빠르고 기민한 움직임과 공격은 생각 이상으로 유럽 팀을 상대로 잘 통했다.
올림픽축구대표팀은 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4개국 초청 친선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덴마크와 1-1로 비겼다. 마지막에 동점골을 내주고 비긴 점은 뒷문 단속이 안 돼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공격은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덴마크를 상대로 빠른 공격으로 일관했다. 자연스럽게 덴마크가 뒤로 밀렸다. 한국은 최전방에 김현이 서고 바로 뒤에서 문창진, 류승우, 김승준이 받쳤다. 김현은 공중볼 싸움을 주로 하는 장신 공격수지만 2선은 모두 발이 빠르고 공격에 속도를 붙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이들의 스피드 있는 공격을 막기 위해 덴마크는 뒷걸음질해야 했다. 뒷공간을 내줬다가는 바로 공략 당할 흐름이었다.
문창진은 상징적인 선수였다. 그는 덴마크와의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40분 중원에서 공을 뺏은 뒤 김승준과 주고받는 패스 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이 역시도 빠른 공격이 주효했다.
문창진은 앞선은 물론 후방에서도 움직임이 빨랐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방향을 전환해 패스하기 좋게 만들었다. 중원과 수비라인까지 내려가 볼 전개를 도왔다. 후반 4분에도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위협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수비에 막혔고 빠른 드리블과 침투로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덴마크는 문창진이 부담스러워지자 후반 32분에 미드필더 옌스 욘슨이 자신을 제치고 들어가는 문창진의 유니폼을 잡아 일부러 파울을 하기도 했다.
문창진과 같은 유형이 유럽을 상대로 강점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골장면이었다. 덴마크 닐슨 프리데릭손 감독도 이를 우려했다. 그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에서 문창진이 가장 눈에 띈다"고 했다. 덴마크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인데다 그를 막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분석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경기장에서 이 우려가 현실이 됐다.
본선에서도 신태용호는 이 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문창진과 같은 유형을 가진 공격수가 많다. 모두 빠른 공격에 강점이 있다. 류승우, 김승준, 황희찬 등이 그렇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할 손흥민도 여기에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본선에 가서 상대해야 할 유럽팀은 독일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신세대들과 대결해야 한다. 공격진은 한국과 비슷한 유형의,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수비진은 덴마크와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아쉽게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문창진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이겨야 할 경기를 지키지 못하고 비긴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올림픽 예선에서 일본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경험이 있는 팀이라면 각별히 마무리를 강화해야 했다. 악습이 될 수 있고, 올림픽 본선에서 이런 축구를 해서는 구제받기 어려우므로 벤치의 반성과 복기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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